‘비건, 친환경, 로컬푸드’…가치소비를 담아내는 가게들

[라이프점프×썸데이기자단] 사례 통해 메뉴 등에 가치소비 적용 방법 알기
‘그린치앙마이’ 비건 메뉴 연구해 정착
‘루티드’ 비건 메뉴로만 가게 운영

MZ세대의 소비 특성을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가치소비. 최근 많은 기업이 이러한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다. 간편식을 판매하는 기업들은 비건 냉동식품을 출시하고, 포장 쓰레기를 최소화한 고체 비누나 동물실험을 거치지 않은 화장품을 주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소비 트렌드를 부지런히 파악하는 자영업자라도, 이러한 가치소비를 어떻게 메뉴와 운영 방식에 적용할지는 조금 막막할 수 있다. 비건 메뉴를 연구해 정착시킨 ‘그린치앙마이’와 비건 메뉴로만 운영되는 ‘루티드’ 사장님을 만나봤다.



그린치앙마이/사진=그린치앙마이

“비건 메뉴, 가게가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어요”



그린치앙마이는 서울숲 근처에 위치한 태국 음식점으로, 차분하고 다채로운 인테리어와 근사한 향신료 냄새가 멋진 공간이다. 비건 메뉴로는 버섯과 두부가 들어가는 볶음면인 ‘팟타이’, 바질 소스 덮밥인 ‘무쌉’, 공심채 요리인 ‘화이뎅’이 있다. 특제 비건 소스를 개발하고 레시피를 안정시킨 결과물들이다.



-비건 옵션을 추가하게 된 계기는.


“2017년에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공장식 축산과 동물권에 대해 알게 됐습니다. 더불어 육식으로 인한 환경문제에 대해서도 공부하게 됐고요. 모두가 비건을 실천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긴 하지만, 일단은 비건 손님들이 식사할 수 있는 식당을 늘리고 논비건 분들이 비건 식사를 경험하실 수 있도록 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린 치앙마이를 기획하는 단계에서부터 비건 메뉴를 고민했고, 세 가지 메뉴를 만들게 됐습니다.”



-비건 메뉴를 만들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 혹은 어려웠던 점이 있었다면.


“들어가는 식재료뿐 아니라 소스를 만들 때도 동물성 성분이 없는지 꼼꼼하게 신경을 썼습니다. 동시에 그린 치앙마이를 찾아주신 분들이 행복한 시간을 보내실 수 있도록 맛도 포기하지 않았고요. 논비건 소스보다 비건 소스에 더 많은 재료를 사용할 정도로 여러 재료를 테스트해 보고 최적화된 레시피를 개발했어요. 비건 메뉴의 수요를 예측하기 어려워 재료를 준비할 때 어려운 점이 있지만, 이는 운영을 하면서 개선해 나갈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 비건 옵션이 생기며 좋은 점이 있다면.


“논비건 메뉴가 비건 메뉴보다 더 많이 판매되지만, 방문해 주신 분들의 후기를 찾아보면 신기하게도 비건 메뉴에 대한 리뷰가 많습니다. 비건을 지향하는 분들이 식사할 수 있는 곳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식당 정보를 활발히 공유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덕분에 창업 초기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열심히 개발한 메뉴인데 맛있게 드셔주고 후기도 남겨줘서 감사한 마음입니다.”



- 비건 옵션을 매장에 추가하고자 하는 자영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채식은 동물권뿐 아니라 기후 위기, 우리의 삶과도 연결된 중요한 키워드입니다. 아직은 다소 낯선 개념일 수 있지만 점점 대중적으로 확산될 것 같아요. 식당을 운영하시는 사장님들께서 적극적으로 채식 메뉴를 만들어주고, 채식 문화를 확장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막막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의외로 채식 메뉴는 더 단순하고 맛있게 만들어낼 수도 있습니다. 한식이라면 나물 비빔밥 같은 친숙한 메뉴가 될 수도, 양식이라면 버섯을 넣은 오일 파스타가 될 수도 있죠. 요리를 복잡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단순화함으로써 맛있는 비건 메뉴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재료가 ‘더’ 필요하다기보다 ‘덜’ 사용할 수도 있고요. 사장님들의 가게가 성장하는 기회가 될 수 있으니 1개의 메뉴라도 도전해보기를 바라고, 응원합니다!”




루티드 외관/사진=썸데이 기자단


“제철 재료로 만드는 비건 식당, 편안하고 따뜻한 공간으로 꾸렸어요”



루티드는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작고 따뜻한 공간으로, 직접 구운 포카치아 빵으로 샌드위치를 만든다. 라벤더 차이 라떼 등 우유가 아닌 대체유로 만든 음료도 맛볼 수 있는 식당 겸 카페이다. 빵부터 소스까지 모든 메뉴가 비건이라는 점에서 독특하다.



- 비건 식당을 열게 된 계기는.


“요리 대학을 다니던 쉐프 꿈나무였을 때는 비건 요리를 하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어요. 비건에 대한 편견을 많이 접하기도 했죠. 대학원에서 한 프로젝트를 계기로 관심이 생겨 이태원 플랜트에서 일하기 시작했답니다. 그렇게 2014년 시작해 쭉 비건 요리의 매력에 빠져 있었네요. 시작할 때만 해도 국내 비건 식당이 많이 없어 호주로 워킹 홀리데이를 다녀오고 한국에 들어와 비건 식당에서 일했지만, 하고 싶은 음식을 해 볼 수 있는 공간이 없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창의력을 맘껏 펼칠 수 있는 공간, 그리고 모두가 와서 편안함과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한 2, 3년 정도 생각하다가 이렇게 오픈하게 됐네요.”



- 비건 메뉴를 만들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 혹은 어려운 부분은.


“환경에 관심이 많아 메뉴는 되도록 로컬 제철 요리를 하고 싶었어요. 환경문제, 탄소 발자국을 줄이는데 채식이 많이 도움이 되지만 해외에서 물건을 들여올 때 나오는 탄소 발자국도 무시할 수 없는 것 같아요. 로컬 재료를 제철 요리로 만들어 메뉴는 철마다 조금씩 변경될 예정이에요. 여러 종류의 요리를 해보고 싶었던 참에 딱 맞는 아이디어를 찾은 거죠.”



- 비건으로 식당을 운영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이나 보람이 있다면.


“예전부터 느낀 거지만 비건 식당에 와주시는 채식 지향이나 비건분들은 다들 상냥하고 따듯한 분들이어서 감사한 마음으로 즐겁게 일하고 있답니다. 어려움이라면 식당 운영 관련으로 모르는 게 많은 초보라서 천천히 조심조심 진행해 가고 있어요. 그래도 이렇게 하루하루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즐겁답니다.”



- 비건 식당이나 카페를 운영하고자 하는 자영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초보 사장이라 제가 조언을 듣고 싶은 마음입니다. 비건 제품이나 식당이 몇 년 전보다 확실히 많아지고 있지만, 아직 그 수가 적은 것 같아요. 다 같이 파이팅입니다!”



수요를 파악할 수 있는 정보 부족, 식물성으로만 메뉴를 구성해야 하는 생소함 등 비거니즘(채식주의)과 같은 가치소비를 업장에 적용할 때는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공간에 가치를 담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가치를 알아보는 손님들과 만날 수 있다는 것은 멋진 경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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