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9일 반지하 주택에 살던 발달장애 가족의 침수 사망사고 현장을 찾아 주민들에게 직접 피해 상황을 들었다. 현장을 점검한 윤 대통령은 각 부처에 노약자와 장애인 등 취약계층의 주거 안전문제 해결을 위해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하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집중호우 대처 긴급 점검회의'와 국무회의를 연달아 주재한 뒤 곧바로 신림동으로 이동했다. 노란색 민방위복 차림의 윤 대통령은 신림동 주택 반지하 창문 바깥쪽에서 주변을 둘러보며 오세훈 서울시장과 최태영 서울소방재난본부장 등에게 보고를 받았다.
윤 대통령은 현장 주민들에게 “어떻게 여기 계신 분들이 미리 대피가 안됐는지 모르겠다” 며 당시 상황을 질문하며 재난 경보와 대피 체계의 문제점 등을 꼬집었다. 윤 대통령이 “수위가 올라온 것이 1시간도 안 걸렸다는 거죠”라고 묻자 한 주민은 “1시간이 뭐냐, 한 10분, 15분도 안 걸렸다”고 말했다. 오 시장이 “안에 있는 식구들은 구조하고 대피시켰는데 이쪽에는 두 가구…”라고 설명을 덧붙이자 한 주민이 “저쪽은 아빠가 와서 방충망을 뜯었다. 근데 여기(사고 당한 집)는 뜯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설명을 듣고 직접 침수가 된 지하 1층으로 내려갔다. 현장은 흙탕물로 가득차있었다. 윤 대통령은 주변 실무진에게 “뭐라도 비춰보라”고 지시하며 현장을 살폈다.
윤 대통령은 “하천 후의 관리가 문제다”라며 “여기는 자체가 저지대이다 보니까 도림천이 범람되면 수위가 올라가면 여기가 바로 직격탄을 맞는다”며 대책을 주문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주변 다세대주택 피해 현장을 둘러보고 주민들에게 피해 상황을 전해들었다.
한편 경찰 등에 따르면 이날 자정께 이곳에서 40대 여성과 그 여동생 A씨, A씨의 10대 딸이 숨진 채 차례로 발견됐다. A씨는 전날밤 빗물이 들이닥치자 지인에게 침수 신고를 해달라고 요청했고, 지인이 오후 9시께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배수 작업이 필요하다고 보고 소방당국에 공동 대응을 요청했다. 하지만 가족을 발견했을 때에는 이미 숨진 상태였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현장에서 윤 대통령이 “ 조속히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취약계층일수록 재난에 더욱 취약한 현실을 지적하며 “이분들이 안전해야 비로소 대한민국이 안전해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행정안전부와 지자체가 함께 노약자, 장애인 등의 지하주택을 비롯한 주거 안전 문제를 종합적으로 점검하여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하고, 피해 이재민의 일상 회복을 위해 충분히 지원하라”고 주문했다. 또 환경부 장관에게는 “국가 하천, 지방 하천, 지류 전반의 수위 모니터 시스템을 개발하고, 행안부와 함께 배수조 설치 등 저지대 침수 예상 지역의 안전에 만전을 기해 줄 것을 당부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