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힙한 카페와 레스토랑이 모여있는 압구정 로데오거리 한복판에 정육점이 등장했어요. 근데 이제 고기가 없는. 이게 무슨 말인가 싶은데... 알고 보니 이 정육점은 신세계푸드의 대체육 브랜드 ‘베러미트’가 연 대체육 전문 팝업 스토어였어요. 붉은색 조명 아래 큼지막한 햄을 주렁주렁 매단 모습이 영락없는 정육점의 분위기를 자아냈는데요. 겉모습만 그럴싸한 게 아니에요. 쇼케이스에는 진짜 햄처럼 보이는 대체육 콜드컷 햄 덩어리와 슬라이스, 미트볼, 패티 등을 진열했고 정육점처럼 250g, 500g 등 근수로 제품을 판매하고 있었어요.
이 정육점의 메인은 햄입니다. 미트볼이나 다짐육, 패티 등 다른 대체육 원물들도 판매하지만 간판은 햄이에요(단호). 다른 대체육은 아무리 잘 만들어도 ‘음 고기는 아니네’ 이런 생각 들잖아요. 근데 이 햄은 안 그래요. 가공육 햄 특유의 짭짤함은 물론, 미역 등 해조류에서 추출한 다당류를 사용해 쫄깃함까지 거의 유사하게 구현했어요. 눈 감고 먹으면 솔직히 구분 못할 정도. 콩고기 특유의 푸석함이나 이취는 전혀 느껴지지 않고요.
햄은 총 3종류인데요. 원조는 스타벅스 햄&루꼴라 샌드위치에 납품하는 ‘볼로냐’로 부드러운 맛이 특징이에요. 이번에 새롭게 선보인 ‘슁켄’은 향신료 향을 더한 햄으로 샐러드에 잘 어울리고, ‘모르타델라’는 지방 입자가 더해져 씹을 때마다 고소한 맛이 일품이에요. 햄 종류별로 사서 비건치즈, 크래커, 올리브랑 한 상 차리면 와인 안주 뚝딱. 가격은 100g당 5000~6000원(변동 가능)대였어요.
미트볼도 의외의 발견이었습니다. 사실 미트볼에 안 좋은 추억이 있는(요리왕 비건-캠핑편 다시보기) 에디터는 먹기 전부터 겁이 났는데요. 이 미트볼은 특유의 불향이 가미돼 살짝 구워서 올리브유랑 후추만 뿌려 먹었는데도 맛있었어요. 크기가 작은 것도 한몫 했어요. 상대적으로 크기가 큰 대체육 다짐육은 콩고기 특유의 이질적인 식감이 더 크게 느껴지거든요. 근데 이 제품은 아무래도 작다 보니 식감의 단점이 확실히 가려지더라고요(꽤 영리한데?).
원물 말고 샌드위치와 샐러드도 있어서 카페처럼 브런치도 즐길 수 있어요. 콜드컷 햄 3종류를 활용한 샌드위치 3종과 샐러드 3종. 치즈부터 빵까지 들어가는 재료들도 다 비건 제품이에요. 빵도 버터를 쓰지 않고 직접 구웠다고. 오트(귀리) 음료로 만든 코코넛 밀크와 그린티 밀크도 별미고요. 대체 달걀 흰자로 만든 마카롱과 초코케이크도 판매해 비건 디저트까지 한 번에 즐길 수 있어요.
더베러는 팝업 스토어인데도 운영 기간이 꽤 길어요. 7월 30일부터 12월 말까지. 왜 이렇게 길게 잡았냐고 물었더니 단순히 제품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대체육에 익숙해질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싶어서란 답변이 돌아왔어요. 비건 옵션을 선택하는 게 유난스럽거나 별난 게 아니라 일상이 되는 그런 날을 목표로 한다고. 사실 제품만 팔 거라면 이마트나 쓱닷컴에 들어가면 되는 거니 이해가 갔어요. 이른바 스며들기 전략. 이를 위해서 비건·친환경 클래스도 운영해요. 베러미트가 지향하는 인류건강, 동물복지, 지구환경을 주제로 지금까지 타일러, 줄리안, 박준우 셰프가 각각 세 차례 진행했어요.
8월부터는 초청인이 아닌 일반 신청자를 대상으로 한 달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운영한다니 관심 있는 분들은 베러미트 인스타 챙겨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