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억 빌리면 50년간 월 300만원 갚아야…'첫집 LTV 80%' 실효성 있나

[딜레마 빠진 尹정부 대출규제 완화 정책]
주담대 한도 늘어도 금리 높아
연소득 1억 가구도 상환 부담 커
예상 소득 반영 청년층이 더 문제
집값하락 가팔라지면 부실뇌관 우려


최근 지방을 시작으로 서울과 수도권에서도 집값이 예상보다 빠르게 하락하며 정부의 부동산 대출 규제 완화 정책이 부실의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금융권에 확산되고 있다. 특히 생애최초주택 구입 가구와 장래 예상 소득이 반영되는 청년층은 예전보다 대출 한도가 늘어나며 대출이 늘어날 경우 집값 하락이 증가한 가계대출의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일부 시중은행에서는 대출 심사를 깐깐하게 보고 있다. 여기에 기준금리 상승으로 시장금리가 빠르게 올라 매달 갚아야 할 원리금 상환액 부담마저 빠르게 커졌다. 집값 하락에 묻지마 영끌 매수는 주춤하지만 대출 규제 완화가 또 다른 위험 요인이 되고 있는 셈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생애최초주택 구매자는 주택 가격이나 주택 소재 지역에 상관없이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상한이 80%로 완화돼 최대 6억 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그렇다 보니 상대적으로 집값이 낮은 지방일수록 첫 주택 구매자라면 ‘내 집 마련’의 기회가 커졌다. 쉽게 생각해 자기 자본금 8000만 원만 있으면 4억 원 아파트 구입도 가능해진 셈이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주택 시장의 분위기가 가라앉은 상황에서 이들에 대한 LTV 완화 정책이 자칫 가계대출 부실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같은 우려는 이미 지방에서는 현실이 되고 있다. 부산 동래구 온천동에 위치한 한 주상복합아파트의 매매가(전용84㎡)는 1년 새(5월 기준) 8억 5000만 원에서 4억 830만 원으로 반 토막이 났다. 한 시중은행 여신 담당 부행장은 “당시 8억 원 아파트를 구입하기 위해 최대 한도인 6억 원을 대출받았다면 대출금보다 집값이 낮아진 셈”이라면서 “집값이 많이 오른 곳일수록 낙폭 사례도 많다 보니 대출을 관리하는 은행 입장에서는 당연히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수도권 주택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KB국민은행 주택가격동향 월간 시계열 통계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 값은 2019년 7월부터 35개월간 상승세를 보이다 6월 3년 만에 하락 전환(-0.04%)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용대출은 1년마다 평가해 기간 연장 여부를 결정하거나 일부 대출금을 회수할 수 있지만 주택담보대출은 담보인 아파트 가격이 하락해도 당장 은행이 할 수 있는 조치가 없다”고 말했다.


금리가 계속 빠르게 오르는 점은 차주뿐만 아니라 은행 입장에서도 부담이다. 주담대 한도가 늘어나도 금리가 워낙 높다 보니 연소득 1억 원 가구라도 매달 갚아야 할 원리금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현재 A 은행의 주담대 상단금리인 연 5.32% 금리를 적용받아 규제 지역에서 9억 원 아파트를 처음 구매해 최대 대출 한도인 6억 원을 빌릴 경우(대출 기간 40년·연소득 약 1억 원) 연간 원리금 상환액은 3625만 7753원으로 매달 약 302만 원이 대출금으로 빠져나간다. 대출 기간을 50년으로 늘려도 연간 상환 원리금은 3433만 5896원으로 매달 286만 원의 돈을 대출금으로 내야 해 맞벌이 부부여도 상환 부담감이 클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주택을 처음 구입하는 청년층의 경우다. 이번 정부에서 장래 소득 산정 방식을 개선하면서 청년층이 받을 수 있는 대출 한도는 늘어났다. 현재 연소득이 3000만 원인 만 29세 청년이 규제 지역에서 9억 원 아파트를 처음 구매할 경우 장래 소득을 인정받아(연 소득 3942만 원) 2억 6550만 원을 대출받을 수 있다. 매달 갚아야 하는 원리금 상환액은 약 131만 원이다. 연봉 3000만 원의 월 실수령액은 국민연금과 건강보험료 등 세금을 제외할 때 약 220만 원이다. 결국 월 소득의 약 60%를 대출금으로 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올 하반기에 기준금리가 오르면 대출금리도 따라 뛸 수밖에 없어 영끌족 청년일수록 이자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