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中 B·E·C' 봉쇄작전에…韓 첨단산업 초비상

■ '차이나리스크' 전방위 확산
▶B·E·C
K배터리, 코발트·망간 中의존 높아
인플레감축법 시행땐 공급망 바꿔야
현대차 美전기차공장도 3년후 가동
美, 반도체지원법·칩4동맹 속도전
韓, 中 현지공장에 추가 투자 발목


미국이 반도체에 이어 배터리까지 중국을 글로벌 공급망에서 배제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한국 첨단산업에 비상이 걸렸다. 배터리 업계는 리튬 등 원자재의 중국 의존도가 높고 반도체 산업은 중국에 대규모 생산 거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중국 배터리(Battery), 전기자동차(Electric Vehicle), 반도체(Chip) 등 이른바 ‘BEC’에 전방위 제재를 가하면서 한국 기업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9일 산업연구원(KIET)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업계의 대(對)중국 수입 의존도가 수산화리튬의 경우 81%에 달한다. 코발트와 황산망간도 각각 87.3%와 100%에 이른다. 한국 배터리셀·소재 업체들은 주요 원자재를 중국에서 들여와 제품을 만든다. 하지만 이러한 생산 체계는 수년 후 미국에서 원천 차단된다. 미국에서 ‘인플레이션감축법’이 발효되면 2024년부터 중국이 아닌 나라에서 배터리 소재와 부품을 조달해야 전기차 보조금(대당 최대 7500달러)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 또한 북미 지역에서 생산해야 보조금을 받을 수 있어 한국 완성차 업계의 고민도 깊어졌다. 한국 업체들은 대부분 국내에서 만든 전기차를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어 2년 안팎의 보조금 수혜에 공백이 불가피하다. 현대차(005380)그룹이 미국 조지아주에 설립할 신규 전기차 전용 공장은 2025년 상반기에나 본격 가동된다. 올해 10월부터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할 예정인 제네시스 GV70 전기차를 제외하면 아이오닉5·EV6 등 주력 모델들이 현지 시장에서 당분간 세제 혜택 없이 경쟁해야 하는 셈이다.


미중 갈등의 틈바구니에서 오도 가도 못하게 된 것은 반도체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반도체지원법’에 더해 이달 말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인 ‘칩4’에 한국 가입이 구체화되면 중국에 생산 기지를 둔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는 타격이 불가피하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과 쑤저우에 낸드플래시 생산 공장과 반도체 후공정(패키징) 공장을 운영 중이고 SK하이닉스는 중국 우시에 D램 공장, 충칭에 후공정 공장, 다롄에 미국 인텔에서 인수한 낸드플래시 공장이 있다. 미국의 제재로 설비 증설, 노후 장비 교체가 뒤따르지 못하면 중국 현지 공장들은 한순간에 경쟁력을 잃게 된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미중 통상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한국이 난처한 처지가 됐다”면서 “기업들은 단기적인 해법을 찾기보다 장기적으로 글로벌 공급망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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