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가 9년 만에 우리나라 국회 연단에 선다. 게이츠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국제 공조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국회에 협력을 요청할 예정이다.
9일 국회의장실 관계자에 따르면 게이츠는 16일 국회를 방문해 김진표 국회의장 및 여야 원내대표와 환담한다. 이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장에서 의원들을 상대로 국제 보건을 주제로 연설할 계획이다. 게이츠는 코로나19 대응 및 미래 감염병 대비를 위한 국제 공조의 중요성과 대한민국이 발휘해야 할 리더십을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게이츠의 이번 국회 방문은 김 의장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김 의장이 6월 ‘빌앤드멀린다게이츠재단’의 트레버 먼델 글로벌헬스 부문 대표와 면담할 당시 게이츠의 방한 계획을 듣고 국회 연설을 제안했고 게이츠가 이를 수락하면서 성사됐다.
게이츠가 우리 국회를 찾는 것은 9년 만이다. 2013년에도 정몽준 당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의 초청으로 국회의원회관에서 ‘스마트 기부(Smart Aid): 게이츠재단의 활동과 전망’이라는 주제로 강연한 바 있다. 당시에는 여야 의원 40여 명이 강연을 들었다.
게이츠의 이번 방한은 팬데믹 대응을 위한 국제 협력을 강화하려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게이츠는 6월 ‘빌 게이츠 넥스트 팬데믹을 대비하는 법’이라는 책을 출간한 데 이어 기부나 해외 지원을 통한 전 세계 보건 시스템 관련 투자를 강조해왔다. 지난달에는 재단에 자산 약 26조 2000억 원을 추가 기부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보건 협력 논의를 위해 게이츠와 윤석열 대통령의 면담이 성사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앞서 윤 대통령은 6월 24일 게이츠와 통화하며 코로나19 극복과 한국의 역할 등에 대해 논의했다.
윤 대통령은 통화에서 디지털 바이오 연구개발(R&D) 육성과 관련해 게이츠재단과 협력의 여지가 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게이츠는 과거 2008년과 2013년 방한 때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과 만나 각각 정보기술(IT) 분야와 원자력기술 분야에서의 협력을 논의했다. 다만 대통령실 관계자는 “게이츠와의 만남에 대해 아직 정해진 게 없다”고 전했다.
게이츠는 한국을 찾을 때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주요 재계 인사와 교류했다. 게이츠재단은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SK바이오사이언스 및 KT 등 국내 기업에 투자했다. 이에 따라 이번 방한 기간에 재계 주요 인사들과의 만남도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재계 인사들을 국회에 초청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