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국영 송유관회사 트란스네프트가 우크라이나를 경유해 헝가리·슬로바키아·체코로 가는 석유 공급이 중단됐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수송업체가 유럽연합(EU)의 제재를 이유로 트란스네프트가 지불한 수송 대금을 돌려보내고 석유 공급도 끊었다는 것이 러시아 측의 주장이다.
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트란스네프트는 “우크라이나 측 석유 수송업체인 우크르트란스나프타에 석유 수송대금을 지급했지만 이 회사가 대금을 반환했다”며 “이후 우크르트란스나프타가 4일부터 헝가리·슬로바키아·체코로 가는 석유 공급을 중단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트란스네프트는 “(우크라이나 측으로부터) EU의 제재에 따른 조치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헝가리·슬로바키아·체코를 가로지르는 드루즈바 남쪽 송유관을 통해 하루 25만 배럴의 원유를 공급한다. 특히 헝가리가 석유 수요의 60%를 이 드루즈바 송유관에서 공급받는 등 이들 3국의 러시아 의존도는 특히 높은 편이다. 따라서 이번 조치로 헝가리·슬로바키아·체코가 받을 타격은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크르트란스나프타와 헝가리 측 구매 업체인 MOL, PKN 올렌은 이번 발표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이미 앞서 러시아는 노르드스트림 송유관을 통해 독일로 향하는 천연가스를 전체 공급량의 20% 수준으로 줄인 바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가스에 이어 석유에서도 유사한 혼란이 벌어지며 유럽의 에너지 위기가 더 심화되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중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트란스네프트는 폴란드·독일로 가는 석유는 여전히 공급 중이라고 덧붙였다. 드루즈바 북쪽 송유관을 이용하는 이 석유는 러시아에서 벨라루스를 경유해 공급된다. 이날 트란스네프트의 발표 이후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은 현지시간 오후 12시 25분 기준 배럴당 97.97달러로 1.4%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