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정책 어젠다 괜찮지만 규제·노동 개혁 잘 실행할지 의문” [청론직설]

◆조장옥 서강대 경제학부 명예교수(전 한국경제학회장)
새 정부 할 일을 말해야지 왜 자꾸 前정부와 비교하는가
‘모래주머니’ 제거 위해 포괄적 규제개혁 특별법 제정을
노조가 법 위에 군림하지 못하도록 노동 개혁 서둘러야
中 잠재적 안보 위협…인도·동남아 등 시장 다변화 필요

조장옥 서강대 경제학부 명예교수가 10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윤석열 정부의 전체적인 정책 어젠다 자체는 보기에 좋지만 그 어젠다를 잘 이해하고 제대로 실행할 능력이 있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하고 있다. /이호재 기자

1970년대 오일쇼크에 못지 않은 심각한 경기 침체가 전 세계에 몰아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이미 국내 경제는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 충격파로 중병을 앓고 있다. 한국경제학회장을 지낸 조장옥 서강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10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공급 측면과 수요 측면 양방향에서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있다”며 “힘든 시기가 길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서는 “정책 어젠다는 괜찮다고 본다”면서도 “어젠다를 정말로 잘 이해하고 제대로 실행할 능력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자유방임주의 경제학자로서 국제적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그는 윤 대통령의 도어스테핑 발언을 겨냥해 “‘전(前) 정부보다 낫다’는 식의 이상한 소리를 하니 지지율이 곤두박질친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대통령 지지율 하락을 아직은 염려하지 않는다”며 “포괄적인 규제 개혁을 실행할 특별법 제정과 노동·교육 개혁 등을 추진하면 반등이 가능할 것”이라고 봤다. 경제학 분야의 학문적 성과를 인정받아 최근 대한민국학술원 회원으로 선출된 조 명예교수는 “지금 경제는 백약이 무효한 상황이어서 국민의 고통이 심해질 것”이라며 자중지란에 빠진 집권 여당의 변화와 거대 야당의 협력을 촉구했다.



-퍼펙트스톰(초대형 복합 위기)의 현실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금의 경제 충격은 공급·소비 양쪽에서 오고 있다. 공급 측면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원자재 가격이 오르고 수요 측면에서도 과잉 유동성으로 물가 상승을 유발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한 방향에서 오면 대처하기 쉽지만 양방향에서 일어나면 대응하기가 굉장히 어렵다. 스태그플레이션은 공급 충격 때문에 틀림없이 오게 돼 있는데 얼마나 더 갈지는 전쟁이 끝나봐야 알겠지만 설령 전쟁이 끝나도 상황은 녹록지 않을 것이다. 이미 공급망이 무너져 있는 데다 안보 리스크 때문에 러시아의 원유·곡물 등을 편하게 쓸 수 없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힘든 시기가 길어질 것 같다.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는 올바르다고 볼 수 있는가.


△윤석열 정부에서 내놓은 새로운 경제정책 어젠다는 괜찮다고 본다. 윤 대통령은 세 가지 개혁을 얘기했다. 규제·노동·교육 개혁이 바로 그것이다. 전체적인 어젠다 세팅 자체는 보기에 좋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그렇게 세운 어젠다를 정말로 잘 이해하고 제대로 실행할 능력을 가졌는지는 잘 모르겠다. 정책 어젠다를 실제로 밀고 나가는 문제에 대해 주변 참모들이 대통령에게 잘 인식시켰어야 했는데 그 점에서 상당히 부족했다고 본다.


-왜 그렇게 생각하나.


△도어스테핑에서 대통령이 자기 말을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는 용도로 도어스테핑을 활용해서는 안 된다. 그러다 보면 자기 어젠다를 국민에게 설득할 기회가 없어진다. 윤 대통령이 ‘내가 이런 일을 했다’ ‘앞으로 이런 일을 하겠다’고 말해야 하는데 ‘전 정부보다 낫다’는 식의 이상한 소리를 하니 지지율이 곤두박질치는 것이다.




조장옥 서강대 명예교수 /이호재기자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이 반등할 수 있을까.


△대통령 지지율 하락을 아직은 염려하지 않는다. 취임 3개월도 안 됐다. 지지율 하락은 일시적 실수일 수도 있는 만큼 대통령의 태도 변화나 집권당 정비 여부에 따라 반등이 가능하리라고 본다. 윤 대통령은 정책 어젠다를 말할 기회를 많이 갖도록 하고 여당은 혼란을 추스르고 좀 제대로 했으면 좋겠다. 야당도 국정 운영의 발목만 잡으려 하지 말고 협력할 것은 협력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모래주머니’ 규제 철폐 의지를 밝히고 있는데 실제로 규제 개혁에 성공할까.


△규제 개혁은 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전 대통령 등 다섯 명의 대통령이 모두 첫 화두로 삼았다. 규제를 ‘전봇대’ ‘손톱 밑 가시’ ‘붉은 깃발’ 등으로 비유하면서 개혁을 밀어붙였지만 모두 실패했다. 왜 실패한 줄 아는가. 대한민국의 규제는 답 없는 ‘숨은그림찾기’처럼 어디 있는지 아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여기저기 숨어 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반도체 분야 등에서의 규제 개혁을 말하는데 이는 틀림없이 실패할 것으로 본다. 반도체 분야에서 이런 것 저런 것 푸는 식으로 건건마다 해결해서는 규제 개혁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어떻게 규제 개혁을 해야 하는가.


△규제 개혁을 성공시키려면 포괄적으로 해야 한다. 특별법을 만들어 모든 법에 우선하도록 하든가 아니면 헌법 등에 모든 규제는 네거티브로 한다고 못 박든가 해야 그 순간부터 모든 게 고쳐질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정해진 것만 하라고 규정된 포지티브 규제여서 이 틀에 해당하지 않는 조금이라도 새로운 것이 있으면 규제 대상이 돼 사업을 할 수 없게 돼 있다. 이래서는 기술 혁신을 통한 경제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을 계기로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격해지고 있다. 우리에게 어떤 선택이 필요한가.


△중국과 너무 긴밀하게 얽혀 있는 현재의 경제 상황은 우려된다. 우리가 이미 사드 사태에서 경험했듯이 중국은 경제를 순전히 경제적 측면에서 다루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은 안보적 측면에서 위협이 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기 때문에 교역 대상을 중국으로부터 동남아시아·인도 등으로 다변화해야 한다. 북한과의 관계 등을 고려하면 중국은 언제라도 한국에 적대적 행위를 할 가능성이 있는 나라다. 중국은 자국 편에 서지 않으면 경제적 불이익을 주겠다고 늘 협박하는데 그런 위협으로부터 빨리 벗어나야 한다.




조장옥 서강대 명예교수 /이호재기자

-한미 통화 스와프는 꼭 필요하다고 보는가.


△심리적 안정을 주는 측면 외에 실제로 무슨 큰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 든다. 통화 스와프를 한다고 해도 많아야 500억 달러나 될까. 그 정도로는 한국 경제의 규모로 볼 때 위기 극복을 완전히 차단하기 어렵다. 물론 1998년 외환위기와 같은 어려움이 오면 외환을 쉽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통화 스와프를 해서 나쁠 것은 없다. 하지만 거기에 과도하게 매달릴 필요는 없다.


-문재인 정부 당시의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이런 표현을 써도 될지 모르겠는데 한마디로 ‘미친 소리’다. 소득이 소득을 만들어낸다고 하는데 그럴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나. 내 소득을 가지고 소득을 더 만들어 그다음에 그 소득을 가지고 더 크게 만들 수 있다니 말이다. 이건 경제 이론도 아니고 아주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라고 봐야 한다. 게다가 소주성을 한다면서 최저임금을 과도하게 인상하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만들라고 압박했다. 또 법인세 최고 세율을 25%로 올리고 노동조합을 우대하는 정책을 펴 경제가 완전히 이상하게 됐다. 문재인 정부 시절은 대한민국에서 ‘잃어버린 5년’인 셈이다.


-잠재성장률이 계속 하락해 2%선까지 떨어졌는데 해법이 잘 보이지 않는다.


△우리가 지금 저성장의 함정에 들어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자칫 잘못하면 잠재성장률이 더 떨어질 수 있다. 일본은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에 잃어버린 20년을 겪었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온갖 조치 이후에도 별로 나아지는 게 없다. 본래 선진국이 저성장의 함정에 빠지면 벗어나기 어려운데, 여러 이해 집단들이 개혁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그런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빨리 포괄적 규제 개혁 법안을 국회에서 처리해야 한다. 서둘러 규제 개혁에 나서면 잠재성장률이 적어도 3%까지는 올라갈 수 있다고 본다.


-노동 개혁도 시급한 과제라고 보는데.


△얼마 전 대우조선 사태에서 보듯이 우리나라의 노동운동은 노동자를 위해 존재한다기보다 기득권을 지키려는 이해 집단, 폭력 집단에 가깝다. 항상 법 위에 군림하려 하고 정치 선언만 앞세운다. 대한민국 전체 노동자를 위해 하는 일이 뭐가 있는지 노동조합에 묻고 싶다. 노조는 동료 노동자들을 위해 존재하는 것인데 일자리로 가려는 동료 노동자들을 가로막는 게 말이 되는가. 그런 일은 법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윤석열 정부는 노조가 법 위에 있지 않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


-1970년대 오일쇼크와 유사한 충격이 올까.


△우크라이나 사태가 어떻게 진정되느냐, 중국과 미국의 패권 경쟁이 어떻게 진행되느냐 등에 따라 충격의 정도가 달라질 것이다. 경제 논리로만 세계가 움직이지 않는 시대가 왔다. 지금은 안보가 훨씬 중요한 시대다. 우선 살아남아야 경제활동도 이뤄지지 않겠나. 각국 중앙은행들이 1970년대와 같은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 대응하는 것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다만 그 과정에서 단기적 불황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정책 처방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가.


△백약이 무효한 상황이라고 봐야 한다.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 억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는 것은 일단 옳다. 그러나 이런 처방은 공급 충격의 나쁜 효과를 더 심화시키는 부작용을 피할 수 없다. 이런 정책으로 인한 충격은 결국 민간이 크게 받게 된다. 이제 우리 국민들이 좀 고생해야 하는 상황이다.




조장옥 서강대 명예교수 /이호재기자


◆He is…


1952년 전남 무안에서 태어나 서울 성남고와 서강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로체스터대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4년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로 부임해 서강대 경제연구소장·국제문화교육원장 등을 맡았다. 미국 로체스터대 부교수(2000~2001년), 홍콩과학기술대 교수(2013~2014년)로 재직한 적이 있다. 한국계량경제학회장과 한국금융학회장·한국경제학회장·민간금융위원장 등을 지냈다. 실물경기변동이론 분야의 권위자로 꼽히며 대표 저서로 ‘거시경제학’이 있다. 올해 7월 대한민국학술원 회원으로 선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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