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칭다오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 대해 미중 갈등 구조에도 한중이 접점을 찾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칩4와 사드3불 등의 대형 이슈의 수위를 낮추고 ‘낮은 단계’의 공동행동 방안을 도출해서다. 양국은 한중 FTA 서비스·투자 부분의 후속협상에 속도를 내고 탄소중립과 기후변화 협력 등에 관해 공동행동을 구체화할 전망이다. 다만 사드 3불과 관련해 양국의 입장 차이가 여전히 좁혀지지 않아 어렵사리 봉합된 한중 갈등에 뇌관으로 남았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10일 중국 산둥성 칭다오 지모고성군란호텔에서 방중 결과를 설명하며 “한중 FTA는 투자와 서비스 분야에서 2단계 협상이 이뤄지고 있다”며 “양국의 공동 이익에 부합하도록 내실화하는 작업이 필요해 협상을 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외교부 당국자도 “한중 FTA 서비스 후속협상을 가속화하는 동시에 디지털경제동반자협정과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등 역내 다자협의체 관련 소통과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해당 당국자는 “탄소중립과 기후변화 공동협력을 제안했다”고 했다. 또 “주청 대한제국 공사관 옛터에 기념화사업을 추진하고, 중국인민군 유해 송환작업을 연내 실시할 것”이라고도 했다. 외교부는 한국 측 제안에 중국도 검토 단계에 착수해 원칙적으로 공동행동을 채택했다고 설명했다.
강준영 한국외대 교수는 “미중 갈등을 부각하기 보다 기후협력 같이 한중이 공동으로 협력할 것들을 찾아 실천하는 액션 플랜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 밖에 양국 장관은 5시간 회동하며 △고위급 전략적 소통 △공급망 등 실질협력 △문화·인적 교류 활성화 △지역 및 글로벌 평화·번영 기여에 의견을 모았다.
다만 사드는 잠재적 뇌관으로 남을 전망이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이날 칭다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사드 문제와 관련해 “북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응은 자위적 방어 수단이며 우리의 안보주권 사안임을 분명하게 밝혔다”고 말했다. 중국이 고집하는 ‘3불(사드 추가 배치하지 않고 미국의 미사일방어 시스템에 참여하지 않고 한미일 군사동맹을 하지 않음)’ 유지에 대해서도 박 장관은 “합의나 약속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박 장관은 사드가 “한국의 안보주권 사안”이라고 일축한 반면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중국의 안보 우려”라고 맞받았다. 중국 외교부도 회담 결과와 별개로 사드관련 자료를 배포해 사드가 앞으로 한중 관계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중국 외교부는 ‘중국의 안보 우려를 중시하고 문제를 적절히 처리해야 한다’는 왕이 부장의 발언을 공개했는데, ‘적절한 처리’란 결국 3불 요구로 보인다. 이에 따라 미중 갈등이 심화할수록 사드 문제에 대한 한중 간 입장 차이도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재흥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대만 문제로 미중 갈등이 격화할수록 더욱 예민한 얘기가 나올 것”이라며 “우리 입장에서는 전략적인 판단을 재차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