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10년전 방재대책 한계 '빗물터널' 다시 만든다

[吳 "서울 수해방지에 3조 투입"]
빗물저류시설에 10년간 1.5조
박원순때 무산된 6곳에 설치 추진
강남역·도림천·광화문 우선 구축
사당동·강동·용산구는 순차 진행



오세훈 서울시장이 9일 서울 구로구에서 전날 내린 폭우로 산사태가 발생한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 제공=서울시

서울시가 상습 침수 지역 6곳에 대한 빗물저류배수시설 설치를 골자로 하는 긴급 치수 대책을 마련한 배경은 최근 집중호우로 강남 도심을 중심으로 발생한 큰 침수 피해가 꼽힌다. 전문가들은 이상기후에 따른 집중호우를 대비하기 위해 10년 전 기준으로 수립된 서울시의 수해 방지 시설 처리 능력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해왔다.


오 시장은 10일 “빗물저류배수시설의 유효성이 이번 폭우 사태에서 명확하게 드러났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시간당 95∼100㎜의 폭우를 처리할 수 있는 32만 톤 규모의 저류 능력을 보유한 신월 빗물저류배수시설이 건립된 양천 지역의 경우 침수 피해가 전혀 발생하지 않은 반면 빗물저류배수시설이 없는 강남 지역의 경우 시간당 처리 능력이 85㎜에 불과해 대규모 침수 피해로 이어진 것이 단적인 예”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1조 5000억 원을 투입해 강남역 일대와 도림천(신림동∼구로디지털단지), 광화문(종로구 통인동∼중구 삼각동), 동작구 사당동, 강동구 천호동∼암사동, 용산구 한강로 6곳을 대상으로 2030년까지 빗물저류배수시설 설치에 나설 계획이다. 빗물저류배수시설은 대용량의 물을 모아 흘려보낼 수 있는 일종의 방재용 지하 터널이다.


서울시는 우선 1단계로 이번 침수 피해가 컸던 강남역 일대, 도림천과 광화문 지역은 2027년, 2단계로 동작구 사당동 일대, 강동구, 용산구 일대를 대상으로 관련 연계 사업이나 도시 개발에 맞춰 2030년까지 순차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올 하반기 6개 지역에 대한 실태와 여건, 설치 방법과 규모 등 방향 설정을 위한 타당성 조사를 실시하고 2023년 예산에 설계비 등을 반영할 방침이다.





앞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전 임기인 2011년 7월 폭우로 우면산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인명 피해가 발생했던 사고를 계기로 광화문과 양천구 신월동, 강남역 등 상습 침수 지역 7곳에 17조 원을 들여 빗물저류배수시설을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2011년 오 시장이 물러나고 박원순 시장이 취임하면서 양천구 신월동 1곳으로 사업 대상 지역이 축소됐다. 투입 비용 대비 침수 방지 효과가 떨어진다는 이유에서였다.


박 전 시장 재임 기간 서울시는 하수관거 개선 등 통수 능력을 확대하는 데 중점을 두고 수방 대책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이번 수해를 계기로 오 시장이 추진했던 빗물저류배수시설 건설이 근본적인 대책이라는 의견에 다시 무게가 실리고 있다. 시간당 100㎜를 훌쩍 넘는 폭우에 대비하려면 대량의 빗물을 모아 흘려보낼 수 있는 시설이 필요하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서울시의회 도시안전건설위원회 위원들도 전날 도림천을 방문한 자리에서 “서울시가 기후변화에 맞는 새로운 중장기 수방 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신월 빗물저류배수시설과 같은 대규모 지하 저류 시설을 전역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의 이번 대책을 통해 과거 발표된 사업 대상지 7곳 중 2020년 완공된 양천구 신월동의 신월 빗물저류배수시설을 제외한 6곳에 대한 사업이 다시 추진된다. 서울연구원이 행정안전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0~2019년 서울 자치구별 침수 피해 금액은 서초구가 205억 원, 관악구 67억 원, 양천구 52억 원 순으로 나타났다. 서초구·관악구는 최근 집중호우로 침수 피해가 컸던 지역이다.


전문가들은 수방이 도시 안전과 직결된 사안이기 때문에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공학과 명예교수는 “기반 시설 특성상 막대한 재정과 1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의사 결정권을 가진 분들이 자기 임기 내에서 할 수 없다 보니 안 하려고 하는데 정치적 목적과 상관없이 해야 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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