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초기 입덧이 유독 심해지는 이유, 알고보니[헬시타임]

임신호르몬 영향 받아
갑상선호르몬 생성 증가
갑상선중독증 유발할 수 있어

임신 초기에는 임신호르몬이 갑상선호르몬 생성을 증가시키는 과정에서 갑상선중독증이 생길 수 있다. 이미지투데이


TV 드라마에서는 종종 여성이 헛구역질을 하며 임신 사실을 깨닫는 장면이 등장한다. 그만큼 입덧은 임신 초기에 나타나는 흔한 증상이다. 전체 임신부의 70~85%가 입덧을 겪는다. 편차는 있지만 임신 4~8주 경부터 메스꺼움, 헛구역질, 가벼운 구토 등의 증상을 경험하고 16주 경까지 지속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식욕부진과 음식물에 대한 기호 변화 등의 증상이 함께 나타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임신 초기에 입덧이 심한 이유를 갑상선 호르몬 변화에서 찾는다. 임신호르몬이 갑상선호르몬 생성을 증가시키고 그로 인해 갑상선중독증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조관훈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의 도움말로 갑상선중독증에 대해 살펴보자.



◇ 갑상선호르몬 과다로 인한 대표 증상은…체중감소·피로감

갑상선호르몬은 목의 앞부분 가운데에 위치한 갑상선에서 만들어진다. 우리 몸의 기능을 적절한 수준으로 유지하고 신진대사를 조절하는 것이 갑상선호르몬의 주요 역할이다. 심장을 뛰게 하고 장을 움직이게 하며 몸의 대사에 관여할 뿐 아니라 임신부에서는 태아의 신경과 근골격계의 성장을 돕는다. 엄마한테도, 태아에게도 꼭 필요한 호르몬인 셈이다.


갑상선호르몬이 필요한 양보다 많거나 적어지면 그에 따른 증상이 나타난다. 그 중 갑상선중독증(Thyrotoxicosis)은 갑상선호르몬이 체내에 많아지는 경우다. 갑상선기능항진증보다 상위 개념에 해당한다.


갑상선중독증의 대표적인 증상은 체중감소, 피로감 등이다. 더위를 잘 못 참거나 가슴이 두근거리고 짜증이 잘 나는 증상도 나타나는데 이 경우 폐경증후군과 감별이 필요하다. 대변 횟수가 늘어나거나 설사를 하기도 한다. 여성 환자는 월경량이 줄면서 결국 생리를 안 하거나 탈모가 생기기도 한다.



◇ 그레이브스병이 가장 흔한 원인…뇌하수체 문제일수도

갑상선중독증의 가장 흔한 원인은 그레이브스병이다. 자가항체가 갑상선을 지속적으로 자극해 갑상선이 더 일을 많이 하게 되면서 호르몬이 과잉 분비된다. 눈이 커지고 안구가 돌출되면서 출혈이 발생하고 눈이 잘 안 감기는 등의 증상을 보이는 ‘안병증’이 그레이브스병 환자의 약 30%에서 나타난다. 그로 인해 사물이 두 개로 보이는 복시 증상을 호소하기도 한다.


갑상선자극호르몬을 분비하는 뇌하수체에 선종(혹)이 발생해 갑상선자극호르몬 분비가 늘어나거나 갑상선 자체에 있는 선종이 스스로 갑상선호르몬을 과다하게 만들어 내는 경우(갑상선 열결절)에도 갑상선중독증이 나타날 수 있다. 그 밖에 아급성갑상선염이나 산후 갑상선염, 약제 갑상선유발염 등으로도 갑상선중독증이 나타난다.



◇ 임신 초기 입덧도 갑상선호르몬 변화가 원인… 중기 이후 정상 회귀

임신을 하면 갑상선호르몬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임신 초반 3개월까지 태아는 갑상선호르몬을 만들어 내지 못하기 때문에 산모가 공급해 줘야 한다. 평소보다 30~50% 정도 필요량이 늘어나다 보니 임신 전 갑상선 기능이 정상이던 산모도 임신 초기에 갑상선 기능에 변화가 찾아올 수 있다.


임신 초기 입덧이 심한 이유도 이처럼 임신호르몬이 갑상선호르몬 생성을 증가시키는 과정에서 갑상선중독증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중기나 후기에는 갑상선 기능이 정상으로 돌아오면서 입덧이 좋아지고, 출산 후 갑상선호르몬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오지만 간혹 산후 갑상선염 등으로 정상적이지 않은 경우도 있다. 조관훈 교수는 “임신 기간마다 갑상선 기능의 정상 수치가 다르기 때문에 갑상선 기능 확인 시 임신 몇 주인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임신 초기에는 갑상선호르몬 농도가 조금 높아야 태아에게 전달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혈액검사로 갑상선중독증 진단…원인 따라 치료법 달라

갑상선중독증은 대개 혈액검사로 진단한다. 갑상선 관련 검사인 갑상선호르몬 검사, 갑상선자극호르몬 검사와 함께 갑상선 스캔 검사를 진행하는데, 갑상선중독증으로 진단되면 자가항체 및 초음파검사를 추가로 시행할 수 있다.


치료는 원인에 따라 다르다. 대부분은 기다리면 좋아지기 때문에 증상에 대한 대증치료가 이뤄지지만, 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갑상선기능항진증은 대부분 약물요법으로 치료를 시작한다. 특별한 부작용이나 반응이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고용량에서 저용량으로 줄여나가며 1년 반~2년 정도 약물을 복용한다. 그 정도 시기가 되면 약물을 중단할 수 있는 기회가 오게 되는데, 절반은 완치되고 나머지 절반은 재발하므로 약물 중단 후에도 전문의와 상의해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


약물 부작용은 두드러기, 가려움증이 흔하게 나타나지만 다른 약제로 변경하거나, 용량을 감량하거나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하면 대부분 조절된다. 일부에서 급성 간기능 악화로 소변 색깔이 탁해지거나 아주 드물지만 무과립혈증이라고 해서 갑자기 인후통과 같이 고열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1~2달 사이에 많이 나타나므로 이런 증상이 생기면 즉시 약제 복용을 중단하고 병원을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조관훈 교수는 “일부 환자에서 탈모를 호소하기도 하는데 치료 도중 갑상선 기능이 정상화되고 대사 상태가 변하면서 모발이 빠지고 다시 나는 속도가 빨라진 것일 뿐 탈모가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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