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그룹 단일화 사실상 무산…이대로면 '친명' 일색 현실화

[중반 접어든 민주 전대]
박용진 단일화 제안 강훈식 거절
李, 정부와 대립각 세우며 표결집
친명, 지도부 3분의 2 차지할 듯

10일 대전시 유성구 도룡동 TJB대전방송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후보자 방송 토론회’ 시작 전 강훈식(왼쪽부터), 이재명, 박용진 후보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의 차기 당 대표를 선출하기 위한 전당대회 지역 순회 경선이 중반전에 접어들면서 당권 주자들도 선명성 경쟁에 돌입했지만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 구도는 더 확연해지고 있다. 이재명 대세론을 흔들 사실상 유일한 카드인 97그룹 단일화마저도 무산되는 분위기다.


97그룹 당권 주자인 박용진 후보는 11일 강훈식 후보를 향해 후보 단일화 최후통첩을 보냈다. 조기 단일화를 통해 사표(死票)를 최소화하고 선두 후보를 추격할 동력을 마련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박 후보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민심과 당심이 확인되는 방식이면 어떤 것이든 강훈식 후보가 제안하는 방식으로 단일화를 이뤄낼 용의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강 후보는 “지금 시점의 단일화 논의가 명분·파괴력·감동 어떤 게 있느냐”며 사실상 거절 의사를 표시했다. 강 후보는 “냉정하게 말하면 저와 박 후보가 지난 주말 얻은 득표는 권리당원 전체의 1%가 안 된다”면서 “투표율 자체를 높여서 파이를 키우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하며 권리당원의 투표 참여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97그룹의 단일화 논의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1·2차 경선에서 75%에 가까운 득표율을 기록한 이재명 후보는 국유재산 매각 등 윤석열 정부 정책에 강한 대립각을 세우면서 야권 당권 주자로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있다. 이 후보는 “기획재정부가 국회와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국유재산을 팔지 못하도록 국유재산법 개정부터 추진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후보의 행보를 두고 정부와의 대립 구도 형성을 통해 대선 패배를 아쉬워하는 당심(黨心)을 결집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박 후보는 당헌 80조 개정 등 이 후보를 둘러싼 사당화 논란을 집중 부각시키며 ‘반명’ 표심을 공략 중이며 강 후보는 유일한 비수도권 후보를 강조함과 동시에 어르신 공약 발표 등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한편 이대로 전당대회가 마무리되면 ‘친명(친이재명계)’ 일색의 지도부 구성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선출되는 최고위원 경선에서 2위인 고민정 후보를 제외하면 정청래·박찬대·장경태·서영교 후보 등 4명이 당선권에 포함돼 있다. 여기에 당 대표가 두 명의 지명직 최고위원을 선정할 수 있는 점을 감안하면 차기 지도부의 3분의 2 이상을 친명 위원으로 구성하는 것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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