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센터 인터뷰] “DAO, 기관투자가보다 유연…韓 스타트업, 언어·문화 장벽 깨야”

■ 강진원 글로벌코인리서치 투자 총괄
先토큰 발행 지양, 리스크 대책 살펴
1~2주마다 1곳 씩 총 55개 기업 투자
“아이디어 활발히 나누는 문화 필요해”

강진원 GCR 투자총괄이 디센터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사진=디센터.

“탈중앙화자율조직(DAO, 다오)은 타인 자본을 운용하는 기관투자가보다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각 개인마다 고유 철학에 따라 투자를 집행하는 것도 강점이지요.”


지난 8일 서울 삼성동에서 열린 ‘코리아 블록체인 위크(KBW 2022)’를 방문한 강진원 글로벌코인리서치(GCR, Global Coin Research) 투자총괄은 다오의 최대 장점으로 유연성을 꼽으며 이같이 밝혔다.


스타트업 함께 검증…저마다 투자철학 달라 유연

GCR은 지난해 4월 설립한 투자 다오다. 주로 스타트업 대상으로 프리 시드, 시드 단계에 투자한다. 초기 단계에 투자할 기회를 많은 사람과 나누겠다는 게 GCR의 설립 취지다. 구성원의 60~70%는 미국, 나머지는 아시아와 유럽에 있다. 주축(Core) 멤버를 중심으로 괜찮은 스타트업을 선별하고, 커뮤니티 구성원과 실사 단계(Due diligence)로 넘어갈지 여부를 결정한다. 일정 수 이상이 여기에 동의하면 실사를 진행한다. 이때 주축 멤버는 물론이고 일반(Regular) 멤버도 원한다면 검증에 참여할 수 있다. 수익 모델, 사업 리스크 등을 확인한 뒤 관련 내용을 다오 구성원과 공유한다. 투자에 참여하고 싶은 구성원은 자유롭게 원하는 금액을 투자할 수 있다.


강 총괄은 “구성원 개개인마다 위험 관리 방법, 투자 철학이 다르다”며 “각기 좋아하는 프로젝트에 자기 돈을 투자할 수 있다는 점이 기관투자가와 다른 점”이라고 힘줘 말했다. 지난 5월 테라, 루나 폭락 사태 이후 많은 기관투자가의 심리가 위축됐지만 GCR은 지속적으로 투자를 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강 총괄은 “5월 이후에도 1~2주에 하나씩 투자를 단행했다”면서 자신감을 드러냈다. 최근까지 GCR에서 투자한 기업은 55여곳에 이른다.


투자금을 계획보다 못 모았을 경우엔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 강 총괄은 “투자금을 넣지 않은 이유를 스타트업 최고경영자(CEO)에게 전달한다”고 말했다. 서비스 출시 전에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피드백을 받을 수 있으니 설립자 입장에선 반가운 일이라는 설명이다.


先 토큰 발행 지양…리스크 대책 살펴

강 총괄은 구체적 데이터가 없는데 토큰부터 발행하겠다는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상품의 마켓 핏을 찾고, 많은 사용자를 모은 뒤 토큰 인센티브 구조를 도입해야 한다”면서 “토큰부터 발행하면 자금 조달 기회를 섣불리 사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비스에 대한 충분한 검증 없이 토큰부터 발행해 자금을 모았는데 자금이 떨어지면 사업을 지속하기 힘들다. 이어 그는 “사업에 대한 리스크를 충분히 인지하고 대안을 준비하고 있는지 검증한다”고 덧붙였다. 계획했던 사업이 장벽에 가로막힐 경우 빠르게 피봇팅(Pivoting)할 역량이 있는지 살핀다는 설명이다.


한국, 언어·문화적 장벽 깨야…투자자 역할 중요

이번 한국 방문에서 눈길을 끄는 스타트업이 있었냐는 질문에 강 총괄은 고개를 저었다. 그는 “개개인의 높은 관심에 비해선 갈 길이 멀어 보인다”고 꼬집었다. 해외 프로젝트와 비교했을 때 경쟁력에서 밀리는 부분이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역량이 뛰어난 인재는 많지만 더 좋은 투자자가 그들을 좋은 설립자로 이끌어주는 인프라가 구축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분간 한국에서 괜찮은 프로젝트가 나오긴 힘들 것 같다”며 그 이유로 언어적 장벽과 문화적 장벽을 들었다. 영어로 의사소통이 수월해야 글로벌 인재를 채용할 수 있는데 이 부분이 한국은 타국과 비교해 부족하다는 주장이다. 설령 영어를 잘해도 문제는 남아 있다. 다양한 인종과 어울려 아이디어를 교환하는 문화가 한국에선 활발하지 않다는 것이다. 강 총괄은 “암호화폐 시가총액이 아무리 커졌다 해도 전통 금융과 비교하면 올챙이 수준”이라면서 “매스 어덥션(Mass adoption)이 필요하면 똑똑한 사람끼리 모여 의견을 나누고 엮이면서 발전해야 하는데, 한국 스타트업 설립자는 이러한 부분이 부족한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글로벌하게 파운더들이 교류할 수 있도록 장(場)을 만들어주는 게 한국 투자자 역할인데 아직 그러한 생태계가 조성이 안 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GCR을 통해 “더 많은 개인이 모여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겠다”면서 “개인을 위한 플랫폼 구축에도 힘쓸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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