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 하나 바꾸려면 40일 기다려야…'특별비행승인' 절차도 효율성 발목

[기업을 다시 뛰게하자] 3부-혁신현장을 가다
<5> 성큼 다가온 '드론 배송 시대'
■까다로운 실증작업 행정절차
원스톱민원 도입 불구 절차 복잡
계획 바뀌면 승인도 다시 받아야
요청 건수 느는데 실사인력 2~3명뿐

사진제공=이미지투데이

국내에서 드론 배송 사업에 뛰어들려면 특별 비행 승인의 허들을 넘는 것이 우선 과제다. 이는 드론과 같은 무인 비행 장치가 야간에 비행하거나 혹은 비행 경로가 가시권 밖일 경우 위험도가 높아진다고 보고 정해진 안전기준을 만족해야 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드론 실증을 도심에서 진행하든 배달 수단이 원활히 다니기 어려운 격·오지에서 하든 배송 구간이 ㎞ 단위에 이르는 경우 육안을 벗어나는 경로가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드론 실증을 하려는 사업자는 대부분 이 절차와 맞닥뜨리게 된다. 지난달 초 드론 배송 실험에 들어간 영월군과 CU는 애초 6일에 첫 비행에 나설 예정이었지만 비가시권 비행에 대한 특별 비행 승인이 누락되며 일정이 늦춰지기도 했다.





업계도 이러한 과정이 안전 문제를 예방하기 위한 절차라는 데는 공감하지만 연속성 있는 사업 전개를 위해서는 효율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정부 실증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많은 인력과 시간을 투자했음에도 이와 별도로 특별 비행 승인 절차를 밟아야 하는 점은 오히려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 사업에 참여하며 기대했던 각종 행정절차 간소화가 빠진 것은 아쉽다”며 “부처 간 업무 통합을 통해 중복되거나 불필요한 절차는 다이어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드론 원스톱 민원 서비스를 시행해 편의를 봐주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승인까지 떨어지는 절차가 복잡하다. 사업자가 최초 관할 지방항공청에 승인을 신청하면 이를 검토해 안전기준 검사를 다시 검사 기관인 항공안전기술원에 의뢰한다. 이후 항공기술원은 사업자에 수수료 납부를 통보하고 사업자가 이를 내면 서류 및 현장 검사에 들어간다. 이 결과를 다시 지방항공청이 건네받아 최종 승인 여부를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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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만 바라보며 기다리는 지난한 시간은 사업이 끝날 때까지 이어질 수밖에 없다. 말 그대로 실증 과정이다 보니 최종 청사진을 구현할 수 없어 계획이 수시로 변경되기 때문이다. 사업에 돌입한 뒤 예상치 못한 변수가 따르는 것은 기본이고 안전 문제를 고려해 기술 단계를 하나하나 밟아나가야 하는 게 통상적이다. 예컨대 다수의 드론을 여러 항로에서 운용하려는 큰 그림을 그렸더라도 초기 단계에는 낮 시간대부터, 하나의 항로에 드론 한 기부터 시작하며 차근차근 단계를 높여가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현행 제도 아래에서는 변화를 가져갈 때마다 승인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러다 보니 사소한 드론 부품 변경에도 길면 40일을 기다려야 하는 일이 다반사다. 정해진 시간과 자원 안에서 일정 이상의 비행 횟수를 시뮬레이션해봐야 할 업체 입장에서는 애가 탈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실증 과정에서 안전이 중요하고 실제 안전도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 것도 있지만 비교적 사소한 변경이 필요할 때도 많다”며 “그럴 때마다 수십 일을 기다려야 하다 보니 사업 연속성을 확보하기 어려울 때도 있어 아쉽다”고 하소연했다.


해마다 특별 비행 승인 요청 건수는 느는 형국이지만 이를 검토하고 필요하면 현장 실사를 가야 할 관련 인력은 2~3명이 전부다. 허용 건수는 해마다 가파르게 늘고 있고 관련 인력들이 검토해야 할 신청 건수는 이보다 더 많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6건이었던 2020년 특별 비행 승인 건수는 올해는 상반기에만 234건으로 집계돼 2년 전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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