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에 남은 마지막 공업 용수 공급 시설이 2025년까지 모두 폐쇄될 예정이다. 이로써 일제 강점기인 1939년부터 시작돼 해방 이후 대한민국 근대 산업화를 견인했던 서울시 공업용 수도의 역사가 약 90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된다. 서울의 공업 용수 공급 시설은 일제 강점기인 1939년 부평과 영등포 일대 군수공장에 공업 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한강1·2철교 남단의 노량진에 건설하기 시작한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서울시는 1969년 영등포구 일대에 건설된 서울 시내 마지막 공업 용수 공급 시설이 50년 이상 사용으로 노후돼 대규모 개량 시점이 도래하고 산업 환경의 변화로 사용량이 줄어 오는 2025년까지 폐쇄를 결정했다고 14일 밝혔다.
공업 용수는 완벽한 정수 공정을 거쳐 공급하는 일반 수돗물과 달리 원수 그대로 또는 간이 정수 공정을 거쳐 산업단지로 공급하는 수도다. 복잡한 정수 과정을 별도로 거치지 않고 취수구를 통해 끌어올린 한강물을 그대로 공급하기 때문에 수돗물에 비해 매우 저렴한 가격이 특징이다. 수요처에서는 특성에 맞게 정수 처리 후 냉각용수·보일러용수·청소용수 등으로 활용된다. 안정적이고 저렴한 공업 용수 공급은 산업화 시대에 생산성 향상과 국제 경쟁력 확보의 중요한 기반 중 하나로 꼽혔다.
현재 서울 시내에 남은 마지막 공업 용수 공급 시설은 1969년 지금의 영등포아리수정수센터가 위치한 양화동 수원지 부근에 하루 5만 톤 규모로 준공된 곳이다. 1960~1970년 경제개발 5개년 계획과 함께 정부가 구로구 구로동에 한국수출산업공단을 조성하자 당시 서울시는 지역 경제 육성을 위해 공업 용수 공급 시설을 건설했고 1977년까지 하루 13만 톤을 공급할 수 있는 규모로 시설을 확장했다. 이 시설은 한강물을 퍼올려 인근의 공장 밀집 지역인 양평동·문래동·당산동·영등포동·구로동·도림동 등에 공업 용수를 공급했다.
서울시 공업용 수도 공급량은 1974년 48개 업체에 하루 7만 1000톤까지 이르렀다가 산업 환경 변화로 대부분의 공장들이 지방으로 이전해 올해 초에는 3개 업체(CJ제일제당, 수화기업, 롯데제과)와 도림천 유지 용수로 하루 1만 5000톤을 공급하는 수준으로 줄었다. 3개 업체 중 수화기업과 CJ제일제당 2개 업체가 폐전하면서 현재 공업 용수 본래의 목적으로는 1개 업체만 하루 2000톤을 공급 받고 있다.
시는 공급량 급감에 따른 만성적 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10년 구로구 등 4개 구와 도림천 유지 용수(하루 최대 3만 톤) 공급 협약을 체결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기도 했다. 이에 더해 시설의 노후화로 운영 지속을 위해서는 대규모 시설 개량이 필요하게 됐고 최근 2년간 영등포 일대 공급관로에서 8건의 누수가 발생해 안전상 문제도 이어지고 있다.
이에 시는 5월 시설 유지 효율성에 대한 전문가 안전 진단을 실시해 경제성과 안전성 측면에서 공업 용수 공급 시설의 완전 폐쇄를 결정했다. 마지막으로 공업 용수를 공급 받고 있는 양평동의 롯데제과와도 2025년 최종 폐전에 합의했다. 도림천 유지 관리 용수는 하수재처리수 등을 활용해 대체 공급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