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한국 시간) 미국 테네시주 사우스 윈드 TPC(파70)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페덱스 세인트주드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 PGA 투어의 수호자를 자처하는 윌 잴러토리스(26·미국)와 LIV 골프 인비테이셔널로의 이적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캐머런 스미스(29·호주)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잴러토리스가 PGA 투어 데뷔 첫 우승을 플레이오프(PO)에서 달성하는 역대 두 번째 기록을 쓴 반면 스미스는 경기 직전 벌타 사실을 통보 받으면서 맥이 빠졌다. 역전 우승 대신 10위 밖으로 밀려나야 했다.
PGA 투어 2년 차인 잴러토리스는 최근 고작 48명의 선수가 단 3라운드 경기를 치르는 LIV 골프의 방식을 비판하며 “세상의 모든 돈을 다 준다 해도 마음 바꿀 일은 없을 것”이라는 말로 PGA 투어에 대한 ‘충성’을 맹세했다. 반면 지난달 제150회 디 오픈을 제패한 세계 랭킹 2위 스미스는 이적을 공식화하지만 않았을 뿐 이미 LIV와 계약했다는 소문과 증거가 파다하다.
잴러토리스와 스미스는 PO 1차 대회 3라운드까지 11언더파로 선두에 2타 뒤진 공동 3위였다. 이날 4라운드에서 잴러토리스는 버디 5개(보기 1개)로 4타를 줄여 최종 합계 15언더파의 공동 선두로 마친 뒤 제프 슈트라카(오스트리아)와의 연장에서 승리했다. 스미스는 최종 9언더파 공동 13위에 그쳤다.
18번 홀(파4)에서 치른 두 차례 연장에서 잴러토리스와 슈트라카는 내리 파로 비긴 뒤 11번 홀(파3)에서의 세 번째 연장에서 순위를 나눠 가졌다. 오른쪽으로 날아간 잴러토리스의 티샷은 그린을 둘러싼 돌담에서 통통 튄 뒤 그대로 러프와 돌 사이에 멈췄다. 이어 같은 곳으로 향한 슈트라카의 티샷은 돌을 맞고 물에 빠졌다.
슈트라카가 드롭존에서 세 번째 샷을 벙커에 빠뜨리고 벙커 샷도 길게 흐르자 잴러토리스는 어려운 위치에서 굳이 두 번째 샷을 하는 대신 공을 집어 들었다. 벌타를 받고 드롭존으로 가기로 한 것. 잴러토리스는 94야드 지점에서 친 세 번째 샷을 핀 3m에 떨어뜨린 뒤 보기 퍼트를 넣어 우승을 확정했다. 두 번째 샷을 하지 않은 것은 결과적으로 현명한 선택이었다.
지난 시즌 신인왕 잴러토리스는 첫 우승을 PO에서 해냈다. 2008년 카밀로 비예가스(콜롬비아)에 이어 두 번째 기록이다. 상금 270만 달러(약 35억 원)를 받고 페덱스컵 랭킹 1위로 올라선 잴러토리스는 “이제 2년째인 선수가 ‘때가 돼서 돌아온 우승’이라고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올해 우승에 근접했던 경험들을 돌아보면 그렇게 받아들여도 될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올해 여덟 번이나 10위 안에 들어 우승이 없는 선수 중 톱 10 진입이 가장 많은 선수였다. 올해 준우승 세 번 끝에 기어이 우승에 도달했다. 세 번의 준우승 중 메이저 대회가 두 번이었으니 우승은 시간 문제였다고 봐도 좋을 것 같다. US 오픈 때는 마지막 홀 버디를 놓쳐 연장에 못 갔고 PGA 챔피언십에서는 연장전에서 졌다. 메이저는 아니지만 파머스인슈어런스 오픈 또한 연장전 끝 준우승이었다. 비운의 신예라는 꼬리표가 익숙해지기 전에 잴러토리스는 짜릿한 연장 우승으로 환한 미소를 지었다. 오랜 캐디와의 결별 후 새 캐디와 첫 대회에서 무승 사슬을 끊었다.
스미스는 잴러토리스와 같은 선두와 2타 차 공동 3위에서 역전 우승을 노릴 참이었다. 그런데 4라운드 출발 직전 경기 위원이 다가와 전날 있었던 2벌타 상황을 설명했다. 3라운드 4번 홀 페널티 구역에서 칠 때 오소(誤所) 플레이를 했다는 것이다. 페널티 구역에서 완전히 벗어난 곳에 드롭해야 하는데 스미스의 볼은 경계선에 걸쳐 있었다. 선두와 2타 차에서 별안간 4타 차가 된 채 출발한 스미스는 타수를 줄이지 못하고 9언더파로 마감하고 말았다.
벌타는 공정했지만 시점을 두고 뒷말이 나왔다. 전날 줬어야 할 벌타를 굳이 다음날 최종 라운드 시작 시점에 준 데는 다른 의도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심이다. 이번 대회 1라운드에서 스코티 셰플러(미국)가 같은 조 스미스의 퍼트 라인을 일부러 밟고 지나간 듯한 장면이 포착되는 등 ‘예비 LIV파’ 스미스는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인 듯한 모양새다. 우승하면 세계 1위가 될 수 있었던 스미스가 벌타에 발목 잡혀 우승에서 멀어지면서 ‘PGA 투어 충성파’인 셰플러가 세계 1위 자리를 지켰다.
임성재는 10언더파 12위, 김주형은 9언더파 공동 13위에 올랐고 이경훈과 김시우는 각각 8언더파 공동 20위, 5언더파 공동 42위로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