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이거스를 떠나며' 피기스 감독 "영화의 본질은 음악·사운드"

올해 제천국제음악영화제서
국제 경쟁 심사위원장 맡아
"음악은 감정 불러일으키는
즉각적이고 효과적인 도구"


“영화에서 음악과 사운드는 관객에게 즉각적으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효과적 도구입니다. 아이들이 행복하게 노는 장면에 호러물에 쓸 음악만 넣어도 ‘뭔가 일어나겠다’는 느낌을 줄 수 있고, 에어컨이나 냉장고 소리 같은 일상적 소리의 볼륨만 키워도 공포감이 올라가죠. 영상만 해도 흑백·컬러, 명암, 줌 등 창작자의 선택지가 제한적이지만, 음악과 소리는 다양하게 쓰는 것만으로 영화에 무한한 가능성을 부여할 수 있습니다”


영화 ‘라스베이거스를 떠나며’, ‘유혹은 밤 그림자처럼’의 세계적 거장 마이크 피기스 감독은 영화를 연출하면서 음악을 직접 작곡할 정도로 음악과 사운드에 공을 들이기로 유명하다. 올해 국제경쟁 심사위원장으로 제천국제음악영화제를 찾아 진행한 마스터클래스에서도 “영화에서 음악과 사운드가 가장 본질적 영역이다. 다른 것들은 케이크의 장식품과 같다 해도 좋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4일 제천 하소생활문화센터에서 서울경제와 만나 “개인적으로, 소리가 멋진 영화를 접했을 때 ‘이 영화 좋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마이크 피기스 감독이 14일 제천 하소생활문화센터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제천국제음악영화제

그는 2년 연속으로 제천국제음악영화제와 인연을 맺고 있다. 작년에는 코로나19 팬데믹 탓에 제천에 오지 못한 채 온라인으로나마 ‘올해의 큐레이터’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올해는 국제경쟁 심사위원장으로 직접 한국에 왔다. 피기스 감독은 직접 와 본 제천과 영화제에 대해 “서울이나 부산과 달리 또 다른 한국의 문화를 보여주는 곳이라서 개인적으로 특별한 경험”이라고 말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체감 차이도 현격해, “영화관 로비에만 와도 ‘여기가 한국이구나’ 느낀다”며 “관객과 실시간으로 만나서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다는 건 큰 차이”라고 말했다.


팬데믹을 전후로 창작에 영향 받은 점을 묻자, 그는 영국 런던에 있는 스튜디오 안에서 실험적 영상작업에 몰두하고 있다고 전했다. 1985년 미국 뉴욕에 도착했을 때 우연히 만난 폭풍우를 촬영한 16㎜ 영상과 2019년에 찍은 다른 영상을 결합하고 섞어서 새로운 작업의 결과물을 만드는 식이다. 한국에 도착한 날에도 기록적 폭우를 목격하고 현장의 오디오를 녹음했다는 그는 “기존에 작업했던 영상과 결합하면 새로운 결과물이 나올 것 같다”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면서 “요즘 젊은 영화감독들에게 아이폰으로도 4K 고해상도 영상을 촬영하고 편집할 수 있는 시대에 ‘일단 무조건 찍어놓으라’고 추천한다”고 덧붙였다. 촬영·후반작업·유통 같은 전통적 영화제작 과정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시대에 여러 가지 시도를 해 보라는 취지다.



마이크 피기스 감독이 14일 제천 하소생활문화센터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제천국제음악영화제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신작 계획을 묻자, “총 세 가지의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신작에서 메이킹필름 제작에 참여하며, 한국 등 아시아 지역의 옴니버스 프로젝트 ‘셰임’에도 함께 한다. 오랜만의 신작 영화도 준비 중이다. 어느 경찰이 하룻밤 사이 겪는 일을 다루는 스릴러물로, 스페인에서 촬영한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