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안전진단 등 도심 주택 공급의 발목을 잡아온 정비사업 규제를 대폭 풀어 5년간 전국에 주택 270만 가구를 공급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에 약속했던 250만 가구보다도 많은 것이다.
16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국민 주거안정 실현방안’을 발표했다. 윤석열 정부의 첫 주택 공급 정책으로 지난 5년(2018~2022년)간 공급된 257만 가구보다 5.1% 늘어난 270만 가구를 2023~2027년 공급하게 된다. 특히 서울의 경우 이전 정부에서 공급한 32만 가구보다 무려 56.3%나 늘어난 50만 가구를 공급한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물량은 158만 가구다.
서울·수도권 공급 물량의 상당 부분은 도심에서 나올 예정으로 이를 위해 정부는 민간 주도 및 정비사업 규제 완화 카드를 꺼냈다. 재건축부담금의 면제 금액을 상향하고 1주택 장기 보유자에 대한 배려 방안을 마련한다. 재건축 안전진단의 구조안전성 비중을 30% 수준까지 낮추고 2차 정밀안전진단(적정성 검토)을 사실상 폐지한다. 민간 도심복합사업을 새롭게 도입해 세제 혜택을 제공하고 용적률을 최대 500%(주거중심형)까지 적용할 수 있도록 각종 특례를 부여할 방침이다. 공공택지를 신규 지정하고 청년·신혼부부를 위한 역세권첫집 3000가구를 남양주 왕숙 등 3기 신도시에서 연내 사전청약한다. 반지하·고시원 등 재해취약주택에 대한 실태 조사도 함께 약속했다.
원 장관은 “기존 주택 공급의 한계는 수요자의 의견을 무시한 공급자 중심의 정책이라는 점”이라며 “살고 싶은 곳에, 살고 싶은 품질의 주택을 꾸준하고 충분하게 공급하는 것이 주택 정책의 최우선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이날 발표된 방안에 대해 “공공 중심으로 주택 공급을 추진했던 이전 정부의 정책을 민간 주도로 방향성을 수정한 것”이라며 “획기적인 ‘한 방’보다는 정책의 방향성을 제시한 로드맵으로 기능할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