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요자 원하는 ‘질 좋은 주택’ 공급 위해 규제 완화 속도 내라

윤석열 정부의 첫 주택 공급 대책이 나왔다. 정부는 16일 부동산 관계 장관 회의를 열어 민간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 사업 활성화에 초점을 맞춘 ‘국민 주거안정 실현방안’을 확정했다. 도심 핵심 입지에서 이뤄지는 정비 사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등에 따른 부담금을 감면하는 방안을 마련해 주택 공급을 대폭 늘린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내년부터 5년 동안 서울 50만 가구 등 전국에 270만 가구를 공급하기로 했다.


이번 대책은 시장 원리에 따라 민간 위주의 주택 공급 확대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바람직한 방향이다. 문재인 정부는 규제와 세금 폭탄으로 수요를 억제하는 공공 주도 대책으로 일관해 ‘미친 집값’과 전세 대란을 초래했다. 이런 점에서 주거 수요가 많은 역세권 주택의 용적률을 최대 500%로 상향 조정하고 ‘민간 도심 복합 사업’의 규제 장벽을 과감히 없앤 조치는 공급 확대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문재인 정부가 부활시킨 초과이익환수제 등 재건축 규제 손질도 마찬가지다. 부담금 부과 기준을 상향 조정하고 안전 진단의 구조 안정성 가중치를 낮춰 재건축 사업에도 탄력이 붙게 됐다.


정부가 민간 중심의 공급 확대라는 첫 단추를 끼웠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수요자가 원하는 질 좋은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부동산 시장 전반에 걸친 규제 완화에 더 속도를 내야 한다. 이번에도 재건축 부담금 감면안 발표를 9월로 넘겼고 안전 진단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 발표도 연말까지 미뤘다. 또 현재 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 강화 등으로 집값이 하락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집값 연착륙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이를 위해 단순한 공급 목표 수치에 집착하지 말고 시장 상황을 고려해 물량 공급을 세밀하게 조절하는 등 보완 대책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규제 완화의 틈새를 파고들 투기와 특혜 요소를 사전에 차단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부동산 정책 실패에 책임이 있는 더불어민주당은 입법 지원에 적극 나서 시장 정상화에 힘을 보태야 한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