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간 주도 성장’ 기치 내걸었으나 구조 개혁 로드맵이 없다

취임 100일을 맞은 윤석열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고물가·저성장 등의 복합 경제 위기에 맞닥뜨렸다. 윤 대통령은 5월 10일 취임과 동시에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성장’이라는 경제정책 기조를 해법으로 내세웠다. 문재인 정부가 내건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이 정부 주도로 진행되면서 민간의 창의를 억눌러 잠재성장률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새 정부가 제시한 정책 방향과 목표는 바람직하다. 이를 위해 노동·연금·규제 개혁이 필수적이지만 구체적인 실천 로드맵은 찾아볼 수 없다.


윤 대통령은 취임 직후 국회 시정연설에서 “지금 나라 안팎의 위기와 도전은 우리가 미뤄놓은 개혁을 완성하지 않고서는 극복하기 어렵다”며 노동·연금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가 내놓은 개혁의 내용과 일정을 보면 개혁 의지를 가졌는지 의심스럽다. 정부가 제시한 노동 개혁의 골자는 주52시간 근로제 수술과 임금 체계 개편 등이다. 노동 개혁의 핵심 과제인 ‘쉬운 해고’ 등 노동시장 유연성 확대에 대해서는 “가장 어려운 문제”라며 소극적인 입장을 밝혔다. 연금 개혁은 최고 권력자가 정권 초부터 강한 의지를 갖고 밀어붙여도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 총선 직전인 내년 하반기에나 연금 개혁의 구체안을 만들어 시동을 걸겠다는 것은 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그나마 규제 개혁과 감세 등으로 기업의 ‘모래주머니’를 제거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표명했으나 이마저도 거대 야당의 발목 잡기로 입법 작업이 지연되고 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글로벌 경제 위기의 쓰나미가 밀려오는 가운데 정책 혼선과 개혁 지연 등이 겹치면서 국민들의 고통은 가중되고 있다. 기업 하기 좋은 나라를 만든다는 말의 성찬만 있을 뿐 확실히 달라진 게 없다. 윤석열 정부는 이제라도 반성하고 정권 교체의 결과물을 기업과 국민들에게 분명히 보여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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