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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의 맹주' 브라질에서 대통령 선거를 한달 반 남짓 앞두고 본격적인 선거 레이스가 막이 올랐다. 각각 좌파와 극우 성향의 전·현직 대통령이 경쟁하는 이번 대선은 수십 년만에 가장 양극화된 브라질 대선으로 평가된다. 특히 이번 대선에서 룰라 전 대통령이 승리할 시 중남미 주요국에 모두 좌파 정권이 들어선다는 점에서 세계의 이목도 집중되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자정을 기해 브라질 대선의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됐다. 10월 2일 1차 투표가 실시되는 이번 대선엔 총 12명의 후보가 출마했으나 선거 구도는 일찍이 현직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67)과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디시우바(76) 전 대통령의 2파전으로 굳어진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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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트럼프’ 보우소나루, 룰라 때리며 선거운동 시작
2018년 당시 들끓어오르던 반(反) 룰라 정서 속에 정권을 잡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이날 미나스제라이스의 주이스지포라에서 선거유세를 시작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부패 의혹에 시달렸던 룰라 전 대통령을 겨냥해 "우리 나라는 더 이상 부패를 원하지 않는다. 이제 이 나라엔 질서와 번영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의 지지자들은 연설 중간마다 "룰라는 도둑(Lula thief)"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군 장교 출신으로 전역 후 정계에 입문했다. 포퓰리스트 성향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과 비교되며 '브라질의 트럼프' '열대의 트럼프'로 불렸다. 하지만 현재 그는 브라질의 빈곤 문제를 악화시키고 코로나19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2019년 집권 이후 3년간 경제성장률은 2% 상승하는 데 그쳤고 현재 기아에 시달리는 인구는 3300만 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 숫자는 67만 명으로 세계에서 2번째로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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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 논란 딛고 복귀한 룰라, “재집권하면 사람들 삶 다시 바꿀 것”
'브라질 좌파의 대부'로 통하는 룰라 전 대통령은 이날 상파울루 외곽의 폭스바겐 자동차 공장을 첫 유세지로 삼아 노동자 출신인 자신의 색깔을 드러냈다. 과거 금속 공장에 취직해 노동 운동에 뛰어든 그는 1980년 노동자당(PT) 창당을 주도하며 정치에 입문했다. 4번의 도전 끝에 대통령에 당선돼 2003~2010년 집권하며 임기 말까지 높은 지지율을 유지했지만, 퇴임 후 부패 의혹이 잇따라 불거지면서 2017년 실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3월 법원이 그의 부패 혐의에 대한 실형 판결을 무효화하면서 정계에 복귀, 올 5월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룰라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유세에 앞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동영상을 게재해 "이 나라를 재건하기 위해 많은 일을 할 것"이라며 "대통령이 돼 사람들의 삶을 다시 바꾸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의 인플레이션이 최저임금을 받는 가계에 타격을 주고 있다며 현 정권 하에서 브라질에 배고픔이 다시 찾아왔다고 비판했다.
여론조사선 룰라 앞서…당선 시 중남미 ‘핑크 타이드’ 퍼즐 완성
현재까지 발표된 여론조사에서는 룰라 전 대통령이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앞서고 있다. 전날 발표된 여론조사기관 IPEC의 조사에 따르면 룰라 전 대통령은 1차 투표에서 44%를,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32%를 득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상 양자 대결 조사에서는 룰라 전 대통령 득표율이 51%,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35%였다. 브라질 대선에선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한 후보가 없으면 1, 2위 후보가 결선에서 맞붙는다. 결선 투표는 10월 30일로 예정돼 있다.
만약 이번 대선에서 룰라 전 대통령이 승리하면 중남미 경제 규모 상위 6개국에 모두 좌파 정권이 들어서게 된다. 2018년 이후 최근까지 멕시코, 아르헨티나, 페루, 칠레, 콜롬비아가 줄줄이 우파에서 좌파로 정권이 교체되면서 '핑크 타이드'가 확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