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사진)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이 복권 이후 첫 현장 경영으로 경기 기흥 반도체사업장에 짓는 연구개발(R&D) 센터 착공식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이 이 자리를 찾게 되면 시스템 반도체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사업 도약, 메모리 분야 초격차 등 ‘기술 경영’ 속도전에 대한 의지를 내비칠 것으로 예상된다. ★본지 6월 30일자 1·13면, 8월 17일자 4면 참조
18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19일 기흥 캠퍼스에서 R&D 센터 착공식을 개최한다. 특히 이날 행사에는 이 부회장도 참석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당초 이 착공식을 경계현 DS부문장 사장 등 임직원들 위주로만 진행하려 했다. 그러다가 이 부회장이 이번 주부터 경영 일선에 전격적으로 복귀하자 총수까지 함께하는 방향을 검토하게 됐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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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반도체 연구 기지를 만드는 것은 2014년 화성 캠퍼스 디바이스솔루션리서치(DSR) 설립 이후 8년 만이다. 기흥 사업장은 고(故) 이병철 삼성 회장이 1980년대 반도체 사업을 시작한 상징적인 장소이기도 하다.
삼성전자가 기흥 사업장에 R&D센터를 추가로 짓는 것은 차세대 반도체 개발 계획에 걸맞은 인력과 설비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삼성전자는 그간 화성캠퍼스 내 DSR·반도체연구소(SRD) 등을 중심으로 차세대 반도체 기술을 연구했다. 기존 R&D 시설에 엔지니어 수와 설비가 지속적으로 늘면서 연구·사무 공간 부족 문제가 고개를 들었다. 기흥 캠퍼스에 새 R&D 센터가 완공되면 신기술 개발도 더 속도를 낼 수 있다는 뜻이다. 기흥 캠퍼스는 화성 연구소와 자동차로 5분 정도 떨어진 거리에 있어 두 사업장 간 시너지 효과를 꾀하기에도 편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새 R&D센터에서는 파운드리와 메모리 반도체 관련 첨단 기술을 집중적으로 연구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올 상반기 양산에 돌입할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반 3㎚(나노미터·10억분의 1m) 반도체 공정을 비롯해 12나노미터 D램 등 최첨단 기술 연구를 이끌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12일 정부의 광복절 복권 명단에 이름을 올린 이 부회장은 이번 주 서울 서초사옥에서 주로 집무를 본 것으로 전해졌다. 그룹 현안을 두루 살피면서 최근 세계 경기 둔화 대응과 미래 먹거리 준비, 조직 개편 방법을 구상한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는 대만 TSMC와 비메모리 분야 격차가 벌어지는 데다 미중 갈등 속 공급망 위기까지 맞은 상태다. 올 6월에는 이 부회장의 유럽 출장 귀국 시점에 맞춰 전자 계열사 사장단 25명이 모여 비상 경영을 선언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12일 복권 직후 “지속적인 투자와 청년 일자리 창출로 경제에 힘을 보태겠다. 국가 경제를 위해 열심히 뛰겠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측은 이에 대해 “착공식 일정과 이 부회장의 참석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