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상장사의 경영권 매각시 소액주주에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해 권익을 보호하려던 방안을 최근 대통령실 업무 보고에서 제외하며 후순위로 미룬 것으로 확인됐다. 기업 매각 과정에서 오너 등 최대주주 지분만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소액주주는 피해를 본다는 비판에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공약에 이어 국정과제로 상장사 매각시 소액주주에 주식매수청구권을 주는 정책을 채택했지만 기업 M&A(인수합병) 부담을 키워 구조조정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재계에서 제기돼 속도조절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위는 이 달 초순 김주현 위원장이 대통령에 업무보고를 하면서 투자자 권익 보호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시 반대주주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을 주기로 했으나 경영권이 바뀌는 상장사 소액주주에 주식매수 청구권을 부여하는 것은 제외했다.
매각되는 기업의 소액 주주에 주식매수 청구권을 주면 상장사 최대주주 및 대주주들이 경영권 지분을 팔 때 소액주주도 같이 보유 주식을 팔 수 있게 된다. 현행법에선 상장사를 인수하려는 측은 경영권 지분만 통상 30% 안팎의 프리미엄을 인정해 사들이고 소수 주주 지분은 인수하지 않아도 돼 기업 M&A 부담을 낮췄다.
특히 상장사 인수 후 새 대주주가 증자 등을 통해 주가 하락을 부추기며 지배력만 강화하는 경우도 적잖아 소액주주는 M&A로 피해만 입는다는 지적에 힘이 실렸다. 실제 자본시장 선진국인 미국은 물론 보수적인 일본도 오너 일가의 소수 지분만을 사들여 기업 경영권을 확보하지는 못하게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대선 당시 이런 문제점을 듣고 소액주주 권리 강화를 위해 상장사 M&A시 소액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 부여를 공약으로 내걸었고 정부 출범 초기 국정과제 이행계획에도 이를 담았다. 김주현 위원장 역시 지난달 28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이를 보고했지만 이달 대통령실 업무 보고에선 돌연 제외한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피인수 기업 소액주주의 권리 보장에 대한 논의가 백지화된 것은 아니다” 면서도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시 소액주주를 보호하는 대책과는 다른 속도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혀 후순위로 밀었음을 인정했다.
금융당국이 상장사 M&A시 소액주주 구제안을 미룬 것은 최근 M&A 시장의 위축 속에 새 방안까지 도입되면 한 층 거래가 얼어붙을 것으로 우려한 때문으로 분석된다.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해야 할 국면에서 이를 오히려 차단하는 부작용이 걱정된다는 재계의 입장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소액주주들의 권익 보호를 둘러싼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도 M&A시 의무 공개매수제도가 있었지만 외환위기 때 기업 구조조정을 원활히 하기 위해 폐지했다” 면서 “다만 현 제도는 주주 간 재산권 차별을 불러오고 글로벌 스탠다드에도 맞지 않아 개선은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