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절제 안젤리나 졸리…'BRCA 변이' 나도 있나?[헬시타임]

2013년 안젤리나 졸리 수술 사실 공개로 화제
유전자검사·예방적 절제술 시행 대폭 증가
전이성 유방암 예방하려면 수술·화학요법 고려

2010년 영화 '솔트' 개봉을 앞두고 한국을 방문한 안젤리나 졸리의 기자회견 당시 모습. 3년 뒤 그녀는 예방적 양측 유방절제술을 받았다.


관능미의 대명사로 꼽히던 할리우드 스타 ‘안젤리나 졸리’는 2013년 유방절제술을 받으며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다. 유전자검사를 통해 ‘BRCA1’ 유전자에 변이가 있다는 소견을 듣고, 예방적으로 양측 유방을 모두 제거하는 수술을 받은 것이다. 그로부터 2년 뒤에는 예방적 난소절제술을 받으며 또다시 화제를 모았다.


난소암과 유방암 가족력이 있다고 밝힌 그녀는 뉴욕 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10여 년 동안 암 투병 끝에 56세에 돌아가신 어머니와 같은 상황을 겪고 싶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이어 “가슴과 난소를 절제했지만 여전히 난 여성이며 나 자신과 가족을 위해 내린 결정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며 “내 아이들은 ‘엄마가 유방암으로 죽었다’고 말하지 않아도 된다”는 소신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녀의 선택은 전 세계 여성들에게 파급력을 나타냈다. 유전성 유방암 유전자인 BRCA 검사와 예방적 유방·난소절제술 시행건수가 가파르게 증가한 것이다. 국내에서도 대림성모병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한국인 유전성 유방암 연구회(KOHBRA) 자료를 분석한 결과BRCA 검사 건수가 2010년 578건에서 2017년 5880건으로 10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보고됐다. 또한 KOHBRA가 한국유방암학회 산하 25개 병원을 대상으로 예방적 유방·난소 절제술 시행 현황을 조사한 결과, 유방암에 걸린 BRCA 보인자의 예방적 반대편 유방절제술 건수가 2013년 5건에서 2017년 29건으로 5.8배, 예방적 난소절제술 건수가 2013년 22건에서 2017년 79건으로 3.6배 증가한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이를 두고 ‘안젤리나 졸리 효과’라는 표현까지 생겼을 정도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여성들에게는 예방적 차원에서 유방과 난소를 절제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은 선택으로 다가온다. 유전자검사 시행 여부를 결정하기도 어렵다.


채수민 경희대병원 유방외과 교수는 “BRCA1/2 유전자는 본래 DNA 손상을 복구함으로써 우리 몸을 보호해주는 역할을 수행한다"며 "변이가 생기면 암 발생 예방능력이 낮아져 여러 종류의 암, 특히 유방암 발생 위험도가 높아진다”고 말했다.


유전성 유방암은 전체 유방암의 5~10%를 차지한다. 일반적인 유방암에 비해 이른 나이에 발병하고 난소암 등 다른 종류의 암이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할 수 있어 두려운 암이다.


물론 유전자 변이가 발생했다고 해서 모두 암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유전자마다 변이에 따른 침투율은 다르게 나타난다. 안젤리나 졸리의 경우 침투율이 높은 BRCA1 유전자 변이가 발견된 점이 예방적 수술을 받는 데 결정적 계기로 알려졌다.


채수민 교수는 “침투율이 높다는 것은 유전자 변이가 실질적으로 암으로 이어질 수 있는 확률이 높다는 의미”라며 “BRCA 유전자 변이가 있다면 생활습관 개선과 함께 이른 나이부터 철저한 검진을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방암 가족력이 있다면 더욱 암 발생에 주의해야 한다. △만 40세 이전에 유방암 발병 △양쪽 모두 유방암 발병 △환자 본인을 포함한 유방암 가족력이 3명 이상인 경우 유전자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검사 결과 BRCA 유전자 변이가 확인된 경우에는 암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 항호르몬제인 타목시펜과 피임약 복용을 고려할 수 있다. 학계에서는 타목시펜이 유방암 발병을 50%, 피임약이 난소암 발병을 50%정도 낮출 수 있다고 보고된다. 단, 타목시펜은 혈전증, 자궁내막암 등 각종 부작용을 동반할 수 있으므로 전문 의료진과의 상담이 필수다.


가족력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유전성 유방암으로 단정 지을 수도 없다. 가족이라는 특성상 동일한 환경과 생활습관을 공유하기 때문에 가족 중 유방암 환자가 있더라도 유전성 암의 전형적인 형태를 보이지 않고 유전자 변이가 발견되지 않았다면 가족성 유방암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채수민 교수는 “유방암 발생을 100% 막을 수 없지만 가장 확실한 예방법은 수술”이라며 “원하는 경우 예방적 유방절제술과 동시에 유방재건술을 시행할 수 있고, 이때 자가조직 혹은 보형물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예방적 수술은 시행 후 되돌릴 수 없으므로 전문 의료진과 충분한 상담과 논의를 거쳐 득과 실을 명확하게 따져 결정해야 한다. 수술로 암 발생 위험을 낮추는 대신 상처 합병증이나 불만족스러운 재건, 유방 감각의 소실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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