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집값 반토막 되나'…4억 낮춘 초급매도 겨우 팔린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연합뉴스

전국 아파트 매수심리가 2년 9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가운데 서울에서도 시세 대비 30% 가까이 떨어진 단지가 속출하면서 집값 반토막 공포가 부동산 시장을 엄습하고 있다.


19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강서구 마곡동 ‘마곡13단지힐스테이트마스터’ 전용면적 59.9㎡는 지난 11일 9억 8000만 원(15층)에 거래됐다. 지난해 10월 기록한 신고가 13억 8000만 원(8층)보다 무려 4억 원(29.0%) 낮은 가격이다. 불과 3개월 전인 5월 거래된 직전 실거래가 12억 8000만 원(14층)보다는 3억 원 급락했다.


서대문구 남가좌동 ‘DMC파크뷰자이 3단지’ 전용 59.9㎡ 역시 지난해 9월에는 12억 5500만 원(17층)에 팔리며 신고가를 기록했지만 지난달 20일에는 이보다 3억 5500만 원(28.3%) 하락한 9억 원(3층)에 새로 계약서를 썼다. 직전 거래인 지난 5월의 10억2700만원(11층)이나 현재 시장 호가인 10억5000만원보다 1억원 이상 낮다.


인근 공인중개사들은 추가 금리 인상이 예고된 가운데 거래가 얼어붙으면서 ‘급급매’만 거래되는 상황이 빚어낸 하락장으로 분석했다.


서대문구 남가좌동 A 공인중개사는 “이번에 거래된 DMC파크뷰자이 59.9㎡는 11억 원 아래로 매물이 쌓이던 중 9억 원 매물이 나오자 드디어 팔렸다”며 “이 급매를 시세라 보기는 어렵지만 앞으로 고점 대비 최소 2억 원은 떨어진 아파트만 팔릴 것 같다”고 설명했다. 강서구 마곡동 B 공인중개사 역시 “시세와 큰 차이가 없는 매물에 대한 매수 문의는 거의 없지만 많이 저렴한 물건이 나오면 관심을 갖는 이들은 많다”고 말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주 전국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89.3으로 지난주(90.1)보다 0.8포인트(p) 하락했다. 매매수급지수가 기준선(100)보다 낮으면 주택시장에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다.


전국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지난 5월 10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1년 한시 배제 조치 시행 직후인 5월 셋째주(94.1)부터 13주째 하락하며 90선마저 무너졌다. 수급지수는 조사 시점의 상대평가이긴 하지만 단순 수치만 볼 때 2019년 11월 둘째주(87.5) 이후 약 2년 9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번주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83.7로 지난주(84.4)보다 0.7p 내리며 15주째 하락세를 보였다. 도심권은 83.2에서 81.2로, 서북권은 77.7에서 77.6으로, 동북권은 77.9에서 77.2로 각각 떨어졌다. 강남 4구가 속해 있는 동남권은 90.7에서 90.2로, 서남권은 89.5에서 88.6으로 하락했다.


정부가 지난달 21일 종합부동산세 과세 체계를 주택 수에서 가액 기준으로 전환하고, 다주택자의 중과 세율을 폐지하는 것 등을 골자로 한 세제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매물이 감소하는 추세임에도 이처럼 매수 위축세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이 지난달 사상 첫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며 그동안 위축되던 부동산 매수 심리에 쐐기를 박아 시세 차익이 크게 예상되는 집만 거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통계를 보면 계약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는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 지난 3월을 전후로 2개월간 증가했다가 5월부터는 감소세다. 지난 6월(1079건)에는 1000건을 겨우 넘겼으며 아직 등록 신고 기한(계약 후 30일 이내)이 남았지만 현재까지 7월(593건)과 8월(103건)에는 매매 등록 건수가 1000건을 밑돌고 있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금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빅스텝과 같이 한 번에 큰 폭으로 금리가 인상된다는 소식까지 들리니 앞으로 대출이자 부담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생각에 서울 부동산 매수를 망설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늘어난 대출 부담을 상쇄할 수 있는 ‘급매 중의 급매’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