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내 팩스로 서류 내세요"…황당한 대환대출 심사 [S머니]

■'대면 시스템' 고집하는 대환대출
금리 상승에 대출 갈아타기 급증
온라인선 일부 대출 서비스 제공
직장인 연차 내고 은행 방문해도
심사·서류 제출 복잡해 '하세월'
하루 안에 못하면 처음부터 다시
"공공 대환대출 플랫폼 구축 시급"

7월 29일 서울 중구 한 시중은행에서 시민이 대출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 제공=연합뉴스

# 직장인 A 씨는 최근 청년 맞춤형 전세자금대출로 대환하기 위해 연차를 쓰고 주거래은행을 찾았다. 2년 전 2%대 금리로 받았던 전세자금대출 금리가 최근 4%대로 오르면서 이자도 1.5배 이상 뛰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거래은행에서는 “바빠서 (제출한 서류를) 제대로 못 봤다” “감사가 나와서 못 봤다” “담당자가 코로나19에 걸렸다” 등 이유를 대며 심사를 한 달 가까이 미뤘다. A 씨가 방문한 다른 시중은행 영업점 두 곳은 신규 대출만 가능하다며 거절했다. A 씨는 네 번째로 또 다른 시중은행 영업점에 찾아가서야 심사를 거쳐 대환을 마칠 수 있었다.


금리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대출 갈아타기 수요도 늘고 있다. 하지만 시중은행의 대환대출 절차는 여전히 대면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금융 소비자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정치권에서 대환대출 플랫폼 구축 등 소비자 편의성을 높인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업계의 논의는 제자리걸음이다.







15일 금융 업계에 따르면 금융기관의 대환대출 시스템이 여전히 대면 중심으로 복잡하게 이뤄져 소비자 불만이 늘고 있다. 실제로 대환대출을 신청해서 실행에 이르기까지 소비자들은 이전 은행으로부터 부채 잔액 증명서, 가상계좌, 대출 상환·해지 동의 위임장, 완납 증명서 등의 각종 서류를 대환대출을 실행하는 은행에 제출해야 하는데 전화나 팩스로 서류를 요청하고 받고 있다. 한국씨티은행의 소매 금융 철수에 따라 약 3000만 원 규모의 대출을 진행한 직장인 B 씨는 “2년 전 대환 때도 저축은행과 시중은행 영업점을 오가며 부채 잔액 증명서, 완납 증명서 등을 팩스로만 보내야 했고 상환 완료 여부 확인은 창구 직원이 보는 앞에서 저축은행 고객센터에 스피커폰으로 전화해 들려주는 식으로 이뤄졌다”며 “심지어 하루 안에 이 절차를 마치지 못하면 하루치 이자가 가산돼 처음부터 다시 반복해야 했다”고 털어놓았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은 금리 우대를 일부 포기하고서라도 대환 과정이 편리한 은행에 몰리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씨티은행에 따르면 7월 한 달간 타행으로 대환을 진행한 개인신용대출 차주 대부분은 대환 제휴를 맺은 KB국민은행·토스뱅크 두 곳으로 쏠렸다. 두 은행을 제외한 타행들이 ‘파격 금리’를 제시하며 8조 원 규모의 씨티은행 대환 수요 잡기에 나섰지만 ‘편리성’을 이기지 못한 것이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잔액이나 정확한 비중 수치는 공개가 불가능하지만 제휴를 맺지 않은 은행으로의 대환 비율은 미미했다”며 “두 은행의 경우 대환을 위한 별도 프로세스가 마련돼 추가 서류 제출이 필요 없고 승인율도 높아 쏠림 현상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핀테크들이 간편 대환 프로그램 등 비대면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지만 이 역시 한계가 명확하다. 대출 비교 플랫폼에서 조회되는 금리는 제휴 금융사의 대환 조건이 명확하게 반영되지 못한 채 산출되기 때문이다. 대출 비교 플랫폼에서 충분히 알아보고 은행 영업점을 방문해도 사전에 조회했던 금리와 실제 금리가 다르거나 심지어 대환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시중은행 등 1금융권 참여도 저조하다. 국내 대출 비교 서비스 제공사 중 가장 많은 62개 제휴사를 보유한 핀다의 경우에도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가운데 제휴가 이뤄진 곳은 하나은행 한 곳에 불과했다.


일각에서는 정부 차원의 대환대출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실제 운영으로는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초 ‘원스톱·비대면 대환대출 인프라 구축’을 발표하고 같은 해 10월 플랫폼 구축을 마쳤지만 전통 금융사들의 반발로 사업을 잠정 중단했다. 이에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과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초 각각 “비대면 플랫폼 구축을 위해 금융 업권이 신속히 의견을 수렴해 달라” “원스톱 대출 이동제를 시급히 도입해야 한다”며 한목소리로 대환대출 플랫폼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금융위원회에서는 대출이 아닌 예금 상품에 대한 플랫폼 운영 시범 계획만 구체화한 상태다.


현재로서는 핀테크 업체들의 대환 조회 서비스를 이용하는 편이 그나마 소비자들의 편의성을 높이는 차선책이다. 핀다는 내년 2월까지 더 낮은 금리로 대환하지 못하면 5만 원을 지급하는 ‘대환보장제’를 실시하고 있으며 다른 대출 비교 플랫폼 업체 핀크는 대환 상품만 모아서 비교할 수 있는 ‘대환대출 전용 서비스’를 지난달 말부터 제공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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