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상장사 경영권 매각시 소액주주를 보호하는 방안이 대통령실 업무보고에서 제외돼 후순위로 밀렸다는 본지 지적에 4분기에 대책을 발표하겠다고 19일 밝혔다. 앞서 서울경제신문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기업 인수합병(M&A)시 피인수 기업의 소액주주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공약으로 제시하고 정부의 국정과제에도 포함했으나 돌연 금융위가 이달 초순 대통령실 업무 보고에서 이를 누락했다고 18일 보도한 바 있다. ★ 본지 8월 19일자 19면 참조
금융위는 이날 올 해 4분기 상장사의 경영권 매각 시 소액주주 등 일반투자자 보호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금융위는 보도 설명자료를 통해 "주식 양수도에 의한 경영권 변경 시 일반투자자 보호 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지난 5~7월 서울대 산학협력단에 연구용역을 맡겼다"고 설명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민간 전문가와 간담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며 구체적인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면서 "전문가 토론 등을 거쳐 4분기 중으로 일반 투자자 보호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윤석열 정부 출범 초기 ‘국정과제 이행계획’에서 피인수 상장사 소액주주 주식매수 청구권을 부여하기로 했다. 이는 윤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공약을 담은 것이다. 지난달 김주현 금융위원장의 국회 업무보고에도 관련 내용이 포함됐으나 이달 8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선 제외됐다. 물적분할 자회사를 상장할 때 모회사 주주의 권리를 보장하는 방안이 업무보고에 담긴 것과는 대조를 이뤘다.
상장사 M&A시 소액주주 주식매수 청구권 부여 관련 사항이 빠지자 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서는 금융위가 시장 현실을 감안해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는 견해가 나왔다. 최근 증시 침체와 금리 상승 여파로 M&A 시장이 침체된 가운데 딜 성사 가능성을 낮추는 규제를 빠르게 도입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란 분석이다. M&A로 신성장동력을 마련하거나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하는 재계의 우려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가 4분기 중 대책을 내놓기로 했지만 주식매수 청구권을 부여한다는 원안에서 일부 후퇴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금융위는 6월과 7월 민간 전문가들을 상대로 '주식시장 투자자 보호 강화 정책세미나', '자본시장 민간전문가 간담회'를 잇따라 개최했다. 당시 피인수 회사 일반주주 보호 제도와 관련해선 “EU(유럽연합)·영국·일본의 경우에는 피인수회사 일반주주가 인수인에게 보유 주식을 매각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의무공개매수제도’가 있다”는 원론적 내용을 논의하는 데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