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국내 상장사들의 금융 비용이 1년 전보다 배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국내 주요 제조 업체들이 원자재 매입에 쓴 비용도 같은 기간 36% 뛰었다. 긴축으로 인한 고금리와 국제 원자재 값 급등의 여파로 기업들의 비용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19일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상장사 1675곳의 연결 기준 금융 비용 합계는 63조 5583억 원으로 집계됐다. 31조 8683억 원이었던 지난해 상반기보다 2배 가까이 증가했으며 2021년 전체 금융 비용 합계인 66조 8997억 원에 맞먹는 규모다.
같은 기간 상장사들의 영업이익은 17% 늘어나는 데 그치면서 기업들의 재무구조에 빨간불이 켜졌다. 영업이익보다 금융 비용이 큰 이자보상배율 1 미만의 상장사는 지난해 상반기 621곳에서 올해 상반기 690곳으로 11% 늘었다.
국내 주요 기업들은 상반기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경제가 올 상반기 국내 주요 제조 기업 21개사의 원재료 매입액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상반기보다 36.3% 증가한 301조 1221억 원으로 집계됐다. 반도체·자동차·배터리·디스플레이 분야의 기업 모두 원자재 가격 급등을 피할 수 없었다.
올 상반기 삼성전자의 원재료 매입 비용은 총 52조 1949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6.1%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주요 원재료 중에서는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의 가격이 전년보다 58% 올랐고 카메라 모듈 가격도 약 10% 높아졌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원재료 매입 비용은 약 103조 7000억 원으로 역대 최대 수준이었는데 지금 추세로는 올해 비용이 지난해 기록을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가 올해 상반기 원재료 매입에 지출한 금액은 총 20조 6950억 원에 달했으며 현대차의 매입액은 34조 731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3% 이상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추가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금융 비용 증가와 원화 약세로 인한 원자재 매입 비용 증가가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기업 실적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고 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상반기 내내 지속된 금리 인상 기조가 기업들의 이익을 위축시키고 경기 둔화를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