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캠퍼스 5곳에 매머드급 부스 30개…사장 4명 나서 우수인력 '입도선매'

■삼성전자 사장단 '반도체 인재' 찾아 총력전
삼성 R&D 투자 늘리지만…인재풀 적고 경쟁사와 쟁탈전
석박사급 고급 인력 뽑으려 글로벌 채용 그룹장까지 동행
이재용 "우리 할 일은 좋은사람 모셔오는 것" 수차례 강조


삼성전자가 주요 대학에 ‘사장 총동원령’까지 내린 배경은 심화하는 글로벌 반도체 경쟁 상황에서 기술 개발의 최전선을 이끌 석·박사급 인재가 갈수록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6월 유럽 출장 이후 “우리가 할 일은 좋은 사람을 모셔오는 것”이라고 인재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전반적인 반도체 인력이 다 부족하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석·박사급 인재 확보가 회사의 핵심 목표인 ‘초격차’ 달성에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판단한 것이다.



석박사 채용에 사장·임원 ‘총동원령’



서울대 등 5개 대학에서 진행됐거나 개최 예정인 T&C포럼의 개요를 보면 ‘석·박사 채용박람회’를 방불하게 한다. 삼성전자는 이번 T&C포럼 모든 행사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글로벌 채용 그룹장, 신입 박사 출신의 삼성전자 현직자 등을 동행해 핵심 목적이 ‘인력 확보’에 있다는 뜻을 명확히 전했다. 특히 포럼 참석 대상을 각 대학의 공대 대학원생·졸업생으로 정하고 신분 확인을 거쳐 참석할 수 있도록 해 명확한 ‘타깃’을 설정했다.







총 4명의 사장은 ‘미래 기술을 선도하는 삼성전자 DS’를 주제로 글로벌 최전선에 선 삼성전자의 기술력을 소개한다. 사업 분야별로 강연에 나서는 부사장·상무·마스터 등 기술 임원 12명은 기술 세션을 통해 대학원생들의 ‘승부욕’을 자극하며 구애에 나선다.


3개 파트로 나뉜 세미나가 진행되는 동안 행사장의 가장 큰 공간에서 분야별 총 30개의 부스를 갖추고 현직자와의 일대일 상담, 직무 상담, 박사 장학생 제도 소개 등을 진행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고용 브랜드 제고의 일환으로 온·오프라인을 병행하며 포럼을 확대하고 있다”며 “테크니션 임원과의 심도 있는 기술 토론을 통해 삼성전자와 지원자 간 쌍방향 발전적인 포럼을 운영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 행사는 원래 삼성전자가 2016년부터 진행해왔지만 대부분 해외 대학 중심이었거나 비대면 행사였다. 여전히 코로나19 확산세가 가라앉지 않은 상황에서 국내 대규모 대면 행사를 계획했다는 자체가 삼성전자의 전문 인력 확보에 대한 위기 의식을 보여준다는 해석이다.


삼성전자는 ‘초격차’ 달성을 위해 연구개발(R&D) 투자를 계속 늘리고 있다. 회사의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의 개발 직무 직원은 7만 5229명으로 2년 전인 2019년 6만 9370명 대비 8.4% 늘어났다. R&D 비용 투자 규모도 같은 기간 20조 2076억 원에서 22조 5964억 원으로 11.8%나 대폭 늘렸다. 이 부회장이 복권 이후 첫 공식 행보로 용인 기흥캠퍼스를 방문하면서 반도체 분야의 기술 경쟁력 확보를 강조한 만큼 향후 삼성전자의 기술 투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부회장은 19일 기흥캠퍼스 반도체 R&D단지 기공식에서 “세상에 없는 기술로 미래를 만들자”며 반도체 R&D에 2028년까지 20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전방위 우수 인재 유치 예고



문제는 삼성전자의 의지가 아무리 강해도 필요한 석·박사 규모가 줄어들고 있어 인재 풀 자체가 충분하지 못하다는 데 있다. 석·박사에 학부 관련 전공자까지 모두 더해도 국내에서 1년에 배출되는 반도체 인력은 2000명 안팎 수준으로 추산된다. 업계에서는 매년 업계 전반에서 3000명가량의 인력 부족이 나타난다고 보고 있다. 정부의 R&D 지원이 줄어들고 학문의 난도가 높아 대학원 기피 현상이 발생하면서 석·박사 인력은 특히 더욱 희소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뿐 아니라 글로벌 반도체 경쟁사들 모두 첨단 인력 확보에 뛰어들고 있다 보니 새로운 인력을 대거 충원하기는커녕 있는 인력을 지키기조차 어려워지고 있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들이 계약학과 등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며 “대학 정원 규제 해소 등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지만 별다른 움직임이 없어 답답할 뿐”이라고 했다.


삼성전자는 인재난 속에서 석·박사 외에도 학부 등 전방위적인 인재 확보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회사는 상반기에 박용인 시스템LSI 사업부장이 서울대·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을 찾아 학부생을 대상으로 강연을 진행하는 등 인력 확보를 위한 선제적인 대응에 힘을 쏟았다. 학부 강연에 사장급 인사가 직접 나선 것은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최근에는 전국 이공계·자연계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반도체 기초·8대 공정에 대한 서바이벌 미션 수행을 통해 DS 부문 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삼성전자 샤이닝스타’ 프로그램을 3차에 걸쳐 진행하고 있다. 2차까지 일정을 마쳤고 22일부터 3차 프로그램이 시작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미래 성장을 위해서는 좋은 인력 확보가 핵심”이라며 “조직 문화 개선, 적극적인 투자 확대 등을 통해 많은 인재를 유치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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