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지고, 평생 1m 목줄에 묶인 개들의 삶[지구용]

노원구 일대 유기견·마당개 돌보는 '반짝봉사단' 이야기
부처·지자체 '미루기'에 유기견 방치되는 시스템 개선해야
반경 1m '목줄' 묶여 사는 마당개들에 '와이어 이동줄'을

‘보리’는 상계동에서 20년째 유기견들을 지켜온 여여심 여사님과 지인분, 그리고 일용이에게 이쁨받는 중!/ 그래픽=박희민 디자이너

길이 1m짜리 목줄에 묶인 채 마당에서 더위와 추위를 견디며 사는 마당개들. 그런 녀석들을 찾아다니는 분들을 만나고 왔어요. 목줄을 시원하게 풀어주지는 못하지만 와이어 줄을 달아서 조금이라도 강아지들의 세상을 넓혀주는 따뜻한 사람들을요.


보호소를 정비하라

무지막지하게 더웠던 7월 말의 어느 날, 반짝봉사단이 서울 노원구 상계동 모처에 모였어요. 반짝봉사단은 노원구 주민들이 결성한 봉사단. 사회복지사, 대학(원)생, 동물보호단체 활동가 등 다양한 분들로 구성됐고 김성호 한국성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님(동물복지+인간복지=사회복지를 외쳐오신 분), 박준영 반려견주택연구소 대표님과 직원님들, 공무원님까지 이날 합세했죠.


◇반려견주택연구소는

주택, 상업시설 설계 단계부터 반려동물을 위한 컨설팅, 시행, 운영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에요. 지구용이 따로 찾아갈 예정이니까 기대하시라~두구두구


봉사단의 첫번째 행선지는 상계동 모처의 사설 유기견 보호소. 이 지역에서 20년이나 숱한 유기견들을 거두신 여여심님(실명 아니고 불명, 불교신자로서 갖게 되는 이름이에요)이 13년 전부터 지키고 계신 곳이에요.



손을 내밀자마자 머리를 내맡기는 ‘행복이’.

왜 그렇게 오랫동안 개들을 지켜야 했냐고요? 상계동과 인근 지역 곳곳이 재개발되면서 유기견도 늘어났기 때문이에요. 한때 사람과 지냈을 것이 분명한 녀석들이 길에서 떠도는 걸 그대로 지켜볼 수 없었던 거죠. 그래서 여여심님은 혼자서 개들을 거두고 먹이셨대요. 가족들조차 이해를 못하겠다고 말리는데도요. 그러다가 반짝봉사단과 연이 닿아 이런저런 도움을 받고 계세요. 현재 보호소 입주견은 모두 11마리.


이날 반짝봉사단은 ‘노가다’를 했어요. 천 개쯤 되는 보도블럭을 날라다 보호소 앞에 깔아야 했거든요. 이전에는 장판(안방, 건넌방 바닥에 깔려있는 바로 그것)으로 덮여있어서 비가 오거나 하면 미끄러웠대요. 물이 새는 지붕은 임시방편으로나마 거대한 비닐로 덮어주고, 오래된 목재 기둥 옆에는 파이프를 박아서 보강하고요. 에디터도 가만히 구경만 할 수 없어서 일손을 보탰는데 보도블럭이 그렇게 무거운 줄 난생 처음 알았어요.




조금 힘들긴 했지만 정말 뿌듯했던 게, 특히 반려견주택연구소 대표님과 직원님들이 건축 전문가잖아요. 물론 건축 전문가인 것과 현장 노가다까지 잘 하는 건 다른 이야기지만 매일 같이 현장에서 일하는 분들처럼, 맥가이버처럼 척척 창조해내시더라고요. 덕분에 보호견들이 머무는 공간 앞쪽에는 보도블럭이 촥 깔렸고(위 왼쪽 사진), 보도블럭으로 만든 조그만 계단(위 오른쪽 사진)도 생겼어요. 울타리를 보수해서 아이들이 목줄 없이 자유롭게 내부를 돌아다닐 수 있게 해주셨구요.


일하는 틈틈이 이야기를 들었는데, 유기견을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구조에 대해서 설명해주시더라고요. 재개발이든 뭐든 유기견들이 생겨나도 지자체와 환경부가 서로 책임을 미룬다는 거예요. 누가 유기견 관리를 책임지는지 따질 시간에 얼른 손잡고 협력 시스템을 만들었다면 좋았을텐데 말예요. 지자체도, 정부 부처도 손을 놓고 있다 보니까 유기견들이 결국에는 들개가 되고, 종종 들개 물림 사고까지 일어나버리고요. 유기견 문제가 결국 사람의 문제가 되어버리는 거예요.


마당개들에게 조금 더 넓은 세상을

여여심님의 보호소를 떠나 일행이 향한 곳은 상계동 가정집 3곳. 이 곳에는 마당개들이 살고 있어요. 짧은 줄에 묶여, 철제 케이지에 갇혀 사는 녀석들을 위한 환경 개선이 이날 오후의 작업 목표였어요. 짧은 목줄은 보다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와이어 이동줄로 바꿔주고, 케이지는 번듯한 집으로 바꿔주고요. 또 반짝봉사단이 섭외한 수의사님이 미리 오셔서 동물 등록이랑 예방접종도 해주고 가셨대요.


마당개...용사님들도 알고 계실 거예요. ‘시고르자브종(시골잡종)’이라고 귀엽게 부르기도 하는 그 아이들이 평생을 1m짜리 목줄에 묶여 지낸다는 사실을, 예방접종도 중성화도 없이 사람들이 먹다 남긴 음식을 먹고 살다가 일찍 죽는다는 사실을요. 식용견으로 팔리기도 하고요.



마당개들의 예전 집(위), 그리고 새로 마련해준 집. /사진=반짝봉사단

그런 견주들이 미울 때도 있는데, 김성호 교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그저 잘 몰라서 마당개에게 남는 음식을 먹이고 하는 경우도 많아요. 처음에는 봉사단을 경계하면서 들어가지도 못 하게 하다가, 나중에는 모과도 따 주시고 이웃들에게도 와이어 이동줄을 전파하시고 하더라고요.” 그런 견주들이 동물을 괴롭히며 즐거워하는 악한 사람일 가능성이 없지는 않겠지만, 진짜 몰라서 옛날 방식대로 개를 기르는 경우에는 차근차근 바뀌도록 도와줘야 한다는 것.



와이어 이동줄로 이동 범위가 넓어진 녀석. /사진=반짝봉사단

물론 “몰라서 그랬다”는 변명을 이해해줄 필요는 없지만 그런 반려인들을 악마화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큰 도움이 안 될 거예요.


그래서 용사님들도 열악한 환경에서 사는 마당개의 반려인을 만나게 되신다면 와이어 이동줄, 개사료, 예방접종, 중성화(지자체별로 지원해주는 곳이 많아요!)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해 주세요. 그 분들이 당장 생각을 바꾸진 않더라도 언젠가는 바뀔 수 있으니까요.


반짝봉사단의 하루는 그렇게 뿌듯하게 지나갔어요. 모든 개를 지킬 순 없지만, 최소한 사는 지역의 강아지들을 지켜보고 도와주는 분들이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든든했어요. 노원구 거주자든 아니든 노원구 자원봉사센터(복지정책과)를 통해 참여할 수 있으니까 관심 가져주시고, 지금 당장 우리가 사는 곳에 묶여 사는 녀석들, 떠돌아다니는 녀석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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