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가 정책을 고수해 오던 일본 라면업체가 물가상승(인플레이션)이 지속되자 가격 상승을 시사했다. 인플레 여파에 가격을 올려 대응했던 다른 라면 업체들과 달리 자동화 등으로 비용을 줄이며 3000원대 라면 가격을 유지해왔지만, 물가상승세가 꺾이지 않자 결국 백기를 든 것이다.
일본 라면 체인점 히다카야를 운영하는 하이데이히다카의 히로시게 아오노 대표는 최근 닛케이아시아에 "가격을 올리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했지만 마침내 한계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히다카야에서 판매하는 라면 한 그릇 가격은 390엔(약 3804원)이다. 지난 6월 기준 일본 전역의 라면 가격이 평균 617엔(약 6019원)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저렴한 수준이다.
태블릿 기반 주문 시스템 채택 등을 통해 비용 상승을 억제해 온 덕분이다.
그러나 인플레에 엔화 약세라는 악재까지 겹치며 식품 수입 비용이 급증하자 더 이상 버틸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닛케이아시아는 “히다캬야도 인플레와 영원히 싸울 수는 없다”며 “라면의 주재료인 밀가루와 간장 등의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고 짚었다.
실제 총무성의 소매물가통계조사에 따르면 밀가루 가격은 1년 새 12.3% 올랐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산 밀의 공급이 불안정한 데다 이상 기후로 작황도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라면 스프의 기본 재료인 간장도 주원료인 대두값 상승의 영향으로 5.8% 올랐다.
인플레에 하이데이히다카가 메뉴 다양화에 나서는 등 새로운 생존 전략을 짜고 있다고 닛케이아시아는 전했다.
아오노 대표는 “가치를 더할 수 있는 새로운 메뉴를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가격 상승이 불가피한 만큼, 가격이 아닌 품질에 방점을 찍은 메뉴를 개발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다만 초저가 정책 포기로 매출이 급감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일본 라면 컨설팅회사 관계자는 “많은 식당들이 음식 가격을 인상하지 않고 메뉴를 줄여 매출이 늘었다"며 “특징이 없는 음식점의 경우 가격을 올리면 손님이 급격히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