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표 정비사업’인 신속통합기획을 활용해 정비에 나서려던 송파구 한양2차 아파트 재건축 조합이 신청 철회를 검토하고 있다. 철회가 확정될 경우 송파구 오금현대, 서초구 신반포 4차에 이어 세 번째 철회 사례가 된다.
22일 정비 업계에 따르면 최근 송파 한양2차 대의원 회의에서 신통기획 철회 의사를 묻는 투표를 진행한 결과 85.2%가 철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조합은 조합원을 대상으로 신통기획 철회 동의서를 걷고 있으며 향후 총회를 통해 철회 여부를 확정하게 된다.
1984년 준공된 송파 한양2차 아파트는 중대형 평형이 60% 이상인 744가구로 구성돼 있다. 1979년 가락아파트개발지구로 정비구역이 이미 지정돼 있을 뿐 아니라 상가가 포함되지 않아 재건축 사업 진행 시 장점이 많은 곳으로 평가된다. 이곳은 2010년 7월 조합설립추진위원회가 승인됐으나 부침을 겪으며 10년 뒤인 2020년 11월에서야 조합 설립 인가가 났다. 신통기획 대상지로 선정된 것은 2021년 11월로 현재 서울시가 신통기획안(정비계획안)을 마련하고 있어 늦어도 두 달 내 정비계획안이 나올 예정이었다.
이처럼 시의 정비계획안이 나오기도 전에 조합에서 신청 철회 카드를 꺼낸 것은 기존 철회 사례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앞서 오금현대는 지난해 정비계획안(신통기획안) 공람 이후 주변 지역보다 높은 임대율(21%)에 조합원 반발이 커지며 철회로 돌아섰다. 신반포 4차도 신통기획안에 만족하지 못하는 조합원이 많아 올 5월 신청을 취소하고 자체 사업 진행에 나섰다. 이들 두 단지는 이미 기존 정비계획안이 있던 상태여서 신통기획 참여로 얻어낼 수 있는 인허가 기간 단축 효과가 적고 용적률 상향 대신 높은 임대 비율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을 원하지 않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송파 한양2차는 현 조합장에 대한 불만이 신청 철회 여론의 뼈대를 이루고 있다. 조합은 20일 임시총회를 열고 신통기획 참여 여부와 조합장 해임 등을 집중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신통기획 관계자는 “송파 한양2차의 경우 이전 철회 사례와는 양상이 다르다”며 “상황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하면서 원래 계획대로 9월~10월 초 중으로 신속통합기획 가이드라인 마련 준비는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더해 신통기획으로 묶이면 토지거래허가제 적용으로 거래가 쉽지 않은 상황도 조합원들 마음을 흔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인근 지역의 공인중개사는 “신통기획 대상지가 되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거래가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도 신통기획 참여를 꺼리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며 “최근 거래가 급감한 데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까지 묶이니 조합원 반발이 거세졌다”고 귀띔했다.
한편 서울시 신통기획에 참여하는 재건축 조합은 총 18곳이지만 서초구와 송파구 등 ‘강남 3구’에서만 최종 철회하는 단지가 나오고 있다. ‘빠른 인허가·용적률 상향’ 대신 ‘공공주택 기부채납’을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 이 지역 조합원들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분위기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재건축 사업은 개별 단지의 사업성, 사업 추진 속도, 조합원 성향에 따라 추진 방향이 각기 다르다”며 “신통기획이 있더라도 정부의 재건축 활성화 정책 등을 보고 참여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면 신청을 철회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