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만원 받는 공무원이 결혼하고 애 낳겠습니까"

국가직 공무원 9급 공개경쟁채용 필기시험이 실시된 지난 4월 2일 서울 서초구의 한 시험장에서 수험생들이 시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정년이 보장되며 '신의 직장'으로 불리며 한때 100대1을 기록했던 9급 공무원 시험 경쟁률이 올해 29대1로 떨어지고 7급 공무원 경쟁률(42.7대1)도 43년만에 최저를 기록한 가운데 한 공무원이 자신의 낮은 월급에 불만을 토로한 사연에 네티즌들의 관심이 쏠렸다.


MBC는 최근 '180만원 받아서 결혼하고 아이 낳겠습니까?'라는 제목으로 경남에서 근무 중인 8급 공무원 A씨의 이같은 인터뷰 내용을 전했다.


주무관으로 1000명이 넘는 독거노인을 담당하는 A씨는 자신의 월 실수령액이 180만원 정도라면서 현실의 벽에 부딪히고 있다고 했다. 7년차 공무원 B씨의 사정 역시 다르지 않았다. 지난 6월 B씨의 급여명세서를 보면 본봉 190여만원에 수당 등을 합쳐 203만 3790원을 받았다.


앞서 최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자신의 월급 명세서를 올리면서 "우리 좀 살려달라. 최소한 물가 상승률은 맞춰달라"고 적은 한 7급 공무원의 사연이 올라오기도 했다.


직급이 주사보(7급)로 3호봉이라는 해당 공무원의 4월분 세전 급여는 각종 수당을 포함해 255만원 정도였다. 세금과 4대 보험 등을 제외한 실수령액은 199만8000원이다.


해당 사연을 접한 민간기업 직원들은 "맞벌이는 필수", "저 정도면 혼자 살아야 할 듯" 등의 의견을 이어갔다. 한 공기업 직원은 "대체 공무원을 왜 하느냐"라고 적었다.


한편 젊은 세대에서 '꿈의 직업'으로 꼽히던 공무원의 인기가 추락하고 있다. 9급 공무원 경쟁률이 3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며 공무원에 대한 청년들의 선호도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올해 9급 국가직 공무원 경쟁률은 29.2 대 1을 기록했다. 2011년 93 대 1을 기록한 후 매년 하락세를 이어가다 30년 만에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9급 국가공무원 시험의 평균 경쟁률이 30 대 1 이하로 내려간 것은 1992년 19.3 대 1 이후 처음이다.


7급 공무원 경쟁률(42.7대1)도 43년 만의 최저를 기록했다. 지난해 사표를 낸 5년 차 이하 공무원은 4년 전의 2배로, 1만명을 넘어섰다.


현직 공무원과 공무원 준비생, 일반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공무원의 매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말이 나온다. 적은 보수와 악성 민원인으로 인한 고충, 폐쇄적이고 경직된 조직 문화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일반직 7·9급 1호봉 기준 세후급여는 각각 월 180만원, 160만원 수준이다. 2016년 이후 공무원연금과 공무원연금의 기여율 대비 지급률이 역전되면서 연금도 이제는 인센티브가 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올해 최저시급을 주 40시간 기준 월급으로 환산하면 191만4440원으로 9급 1~5호봉, 8급 1~3호봉의 월급은 최저임금 기준보다 더 낮다.


급여명세서상으로는 근속기간에 따른 정근수당과 급식비·보조비 등 수당이 더해지기 때문에 세전 총급여 기준 9급 1호봉도 최저임금보다 높다. 하지만 공무원은 연금 기여율이 18%로 국민연금(9%)보다 높아 9급 1호봉의 실수령액은 월 160만 원대에 그치게 된다.


젊은 공무원들의 이탈도 가속화하고 있다. 공무원연금공단에 따르면 2020년 새로 채용된 2030세대 6만 773명 중 13.4%(8142명)가 퇴직했다. 2018년 퇴직 인원인 5761명보다 약 30% 늘어난 수치다.


정부는 공무원 시험 경쟁력이 하락하는 것은 2030세대 인구 감소와 공무원연금 개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공무원보다 상대적으로 처우가 좋은 공기업으로 눈을 돌리는 수험생이 늘면서 공무원의 인기는 한동안 하락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