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당헌에 ‘권리당원 전원 투표 우선’ 조항을 신설하는 방안을 놓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되는 모습이다. 당헌 80조 논란이 ‘우상호 중재안’으로 겨우 진화된 지 일주일도 채 안 돼 또다시 ‘사당화’ 블랙홀에 빠지는 모습이다.
논란의 시작은 19일 민주당 당무위원회가 당헌에 당의 합당과 해산, 특별당헌·당규 제정과 개폐에 대해 권리당원 전원 투표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을 신설하는 과정에서 ‘당의 최고 대의기관인 전국대의원대회 의결보다 권리당원 전원 투표를 우선한다’고 규정하면서다. 권리당원 100분의 10 이상의 서명으로 안건 발의가 가능하고 중앙위원 재적 인원의 3분의 2 이상이 부의한 안건에 대해서도 권리당원 전원 투표가 가능하다는 조항도 담겼다. 해당 안건은 24일 중앙위원회에서 최종 승인 여부가 결정된다.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해당 조항의 신설 이유를 기존에 권리당원 전원 투표를 어떤 주제로 다루는지 당헌·당규에 명시돼 있지 않아 규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의 중요한 의사 결정이 일부 강성 지지층에 의해 결정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과도한 우려라는 입장이다.
우 위원장은 23일 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100만 명이 넘는 당원들에게 투표를 시켰는데 (강성 지지층) 4만~5만 명이 (여론을) 주도한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우 위원장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비명(非明)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해당 조항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특별당규는 공천 및 경선 등 선거 관련 규칙들을 담고 있는 만큼 향후 총선 및 대선 공천 과정에서 일부 당원들의 목소리가 과대 대표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민주당 민심 이반의 시작으로 지목 받는 지난해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 공천 결정도 당원 투표로 진행했다는 점도 언급된다.
이에 박용진·윤영찬·이원욱·김종민 등 비명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긴급 토론회를 열고 민주당 내 민주주의 확립 방안을 논의했다. 박용진 의원은 현재 당규상 전원 투표 규정이 3분의 1 투표, 과반 찬성인 점을 거론하며 “산술적으로 (권리당원의) 16.7%만 찬성하면 우리 당의 최고 의사 결정이 이뤄진다”고 지적했다. 김종민 의원도 “모든 당원들이 심사숙고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당원이 주권자로 참여할 수 있게 해야지 어디서 얘기를 듣고 유명한 사람을 찍는 것은 민주적인 방식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반면 친명계는 당의 주인이 당원인 만큼 당원의 권리를 확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청래 의원은 페이스북에 “전 당원 투표가 문제면 국민투표도 문제냐”라는 글을 남겼다. 이재명 의원은 전날(22일) 서울 지역 당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원의 지위와 역할을 강화하겠다”며 당헌 개정 입장을 에둘러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