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도 나섰지만…폭주하는 환율 1346원 뚫렸다

尹 '리스크 관리' 강조에도 역부족
원·달러환율 1345.5원 또 연고점

23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 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23일 장중 1346원까지 뛰어오르며 또다시 연고점을 돌파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환율 리스크 관리’를 강조한 데 이어 외환 당국도 두 달 만에 구두 개입에 나섰지만 글로벌 달러 초강세 속에 고삐 풀린 환율 상승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미국의 통화 긴축에 더해 유럽과 중국의 경기 둔화 등 대외 악재가 누적되고 있는 만큼 환율이 언제든 오버슈팅(일시적 급등)하며 심리적 저항선인 1350원 돌파도 시간문제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5원 70전 오른 1345원 50전으로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2009년 4월 28일(1356원 80전) 이후 13년 4개월 만에 최고치다. 전날 하루 만에 13원 90전 급등한 환율은 장 시작과 동시에 1345원을 넘으면서 1350원을 단숨에 위협했다.


그러자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달러 강세와 원화 약세의 통화 상황이 우리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비상경제대책회의 등을 통해 리스크 관리를 잘해나가겠다”며 이례적으로 환율 상황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대통령 발언 직후 외환 당국도 “역외 등을 중심으로 한 투기적 요인이 있는지에 대해 면밀히 점검해나갈 것”이라며 시장 안정에 힘을 보탰다. 당국이 구두 개입에 나선 것은 6월 13일 이후 두 달 만에 처음이다.


이에 환율은 1337원까지 하락했지만 그 효과는 오래가지 않았다. 독일을 포함한 주요국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로 투자심리 위축과 함께 글로벌 강달러 흐름이 이어지면서 환율은 장 마감 직전 1346원 60전까지 뛰어오르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환율을 언급한 것은 최근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물가를 자극할 뿐만 아니라 경기 펀더멘털을 흔드는 등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이다. 위안화·엔화 등도 동반 약세를 보이는 만큼 과거와 달리 환율 상승이 수출 증대로 이어지기를 기대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대통령과 외환 당국의 구두 개입이 무색하게 이날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미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109를 넘는 등 초강세를 나타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과 함께 유럽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유로화가 약세를 보이자 강달러를 부추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제는 원화 가치 하락세가 점차 두드러지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은행 외환센터에 따르면 원화는 최근 한 달간 엔화를 포함한 아시아 통화 가운데 낙폭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또 최근 일주일 동안 원화는 위안화나 싱가포르 통화보다 두 배 이상 통화가치가 폭락했다. 이주호 국제금융센터 외환분석부장은 “8월 이후 환율 상승 재료로는 달러인덱스 반등과 같은 글로벌 시장 심리의 변화도 있었지만 수요 우위의 국내 외환 수급도 작용했다”며 “원자재 가격 상승의 여파로 5개월 연속 무역적자를 기록한 데다 주식시장 상승 동력 부재와 미중 갈등으로 인한 위안화 약세로 환율이 올랐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당국의 구두 개입에도 환율이 1350원을 돌파하면 단숨에 1400원에 근접한 수준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의 1차 저항선을 1350원으로 보고 있는데 만약 이 선이 무너지면 2차 저항선을 1380원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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