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 5개월 만에 IPO 심사 승인 '컬리' 연내 상장할까

영업 적자 지속에 상장 자금 확보 '절실'
증시 침체로 연내 상장 완료 쉽지 않아
상장 후 기업가치도 작년 대비 대폭 축소

마켓컬리 배송 차량 관련 이미지. 사진 제공=컬리

올 해 주요 공모주 중 하나로 꼽히는 e커머스 업체 컬리가 코스피 상장에 본격 돌입한다. 그러나 만성적인 적자 구조와 지속되는 금리 상승에 따른 증시 침체로 컬리가 원하는 몸값에 연내 상장을 완료할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컬리는 지난 22일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를 신청한 지 약 5개월 만에 심사 승인을 받았다. 컬리의 상장 주관사는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 JP모건 등이 맡고 있다.


비록 ‘예심 통과’라는 첫 관문을 넘긴 했지만 컬리의 공모 추진 ‘타이밍’은 예상보다 늦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컬리는 연내 상장을 목표로 IPO를 추진해왔다. 물론 상반기 실적을 반영해 조기에 금융당국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할 수도 있다.


컬리는 해외 투자자를 대상으로도 공모 자금을 모을 예정이어서 ‘135일 룰’도 적용받는다. 135일 룰이란 재무 실적 마감일 시점부터 135일 이내에 청약 대금 납입 등을 마쳐야 하는 것을 말한다. 만약 올해 1~2분기 실적을 반영해 곧바로 공모에 나서면 11월 중순까진 상장을 마쳐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자본시장 여건이 컬리같은 적자 성장 기업에 매우 불리한 상황이어서 IPO에 속도를 내기에는 부담이 크다. 우선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기조가 끝나지 않아 당분간 시중 이자율이 고공 행진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높은 금리는 컬리의 기업 가치 평가에 치명적인 요소다. 컬리는 영업손실을 감수하고 매출 상승률을 극대화하는 ‘적자 성장주’의 전형적인 사례다. 미래 현금흐름이 갈수록 증가할 것이라는 전제 하에 기업 가치를 책정하는 것이다. 컬리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보다 63.8% 증가한 1조 5614억 원을 기록했는데, 영업손실은 같은 기간 87.3%나 불어나 2177억 원을 나타냈다.


문제는 금리가 올라가면 미래 현금흐름의 현재가치가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시장에서 거론되는 컬리 적정 기업 가치 수준은 점점 내려가고 있다. 지난해 12월 앵커에쿼티파트너스에서 투자받았을 당시 컬리는 약 4조 원의 몸값을 인정받았고, 예심을 신청한 직후인 지난 4월 초에만 해도 “5조~6조원 정도까지는 책정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시장에 남아 있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후 금리가 급격히 오르면서 “1조 원대에 공모가를 책정해도 수요예측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돌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컬리에서 목표 상장 완료 시점을 내년 초 정도로 잡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컬리 입장에선 이번 IPO를 통해 자금을 빨리 충원해야 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그간 컬리는 영업활동에서 발생하는 현금흐름 적자를 투자 유치를 통해 충당하는 전략을 취해왔다. 실제로 작년 컬리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1384억 원으로 전년(-587억 원)보다 적자 폭이 2.36배나 증가했다. 그나마 지난해엔 재무활동 현금흐름으로 2248억 원이 유입되며 영업현금흐름 적자를 어느 정도 상쇄했지만, 순현금 감소(-9억 원)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지난해 영업활동현금흐름 적자만 해도 전체 현금 및 현금성자산(2021년 말 기준 잔액 1483억 원)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추가적인 투자 유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영업활동만으로도 현금 보유량이 급격히 줄어들 수 있는 것이다. 컬리가 어떻게든 IPO 완주에 힘을 쏟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컬리는 내년 2월까지 상장을 마치지 못하면 다시 예비 심사를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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