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005380)그룹이 재도약을 선언한 중국과 일본 완성차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 시장 점유율을 꾸준히 확대하던 미국에서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라는 복병을 만나며 판매에 적신호가 켜졌다.
24일 IR 자료에 따르면 현대차 중국 공장은 올해 상반기 9만 4158대의 차를 만들어 판매했다. 지난해 상반기(19만 4085대)보다 51% 급감한 수치다.
현대차의 전체 해외 생산에서 중국 공장이 차지하는 비중도 한 자릿수로 내려앉았다. 현대차는 올해 상반기 중국을 포함해 인도·터키·미국·체코·러시아·브라질·베트남·인도네시아 등 9곳의 해외 공장에서 총 105만 6676대를 만들어 판매했는데 중국 공장은 전체의 8%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기아(000270)도 상황은 비슷하다. 기아는 올 상반기 중국에서 6만 668대의 차를 생산해 판매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7만 2857대)보다 16.7% 감소한 수치다. 기아의 전체 해외 공장(미국·중국·슬로바키아·멕시코·인도)에서 중국 공장이 차지한 판매량도 8% 수준으로 낮아졌다.
양사의 중국 공장 판매량은 2017년부터 지속한 중국의 사드(THAAD) 보복 여파로 급감했다. 유럽의 고급차와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중국차 사이에서 고전한 점도 생산량 감소에 한몫했다. 판매 부진이 지속하며 현대차는 베이징 1공장을 매각했고, 기아는 옌청 1공장 문을 닫았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를 앞세워 중국 판매량을 늘릴 계획이지만 저렴한 가격과 정부의 보조금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제조사와의 경쟁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BYD(비야디) 등 중국 업체의 현지 시장 점유율은 이미 50%를 넘어섰다. 현대차 중국법인의 시장 점유율은 1%대에 머물고 있다.
야심차게 재도전을 선언한 일본에서는 눈에 띄는 성과를 내기까지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지난 2월 2009년 이후 12년여 만에 일본 승용차 시장에 재진출을 공식화했다.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5와 수소차 넥쏘 등 대표 친환경차 2종을 전면에 내세웠다.
하지만 현지 인도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 7월 판매량은 60대에 그쳤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수입차의 무덤’으로 불리는 일본에서 자리를 잡으려면 장기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꾸준하게 시장 점유율을 늘리며 승승장구하던 미국 시장에도 악재가 덮쳤다. 북미에서 최종 조립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규정 등을 담은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발효되면서 수출에 적신호가 켜진 분위기다. 당장 현대차그룹 내 주력 전기차인 아이오닉5, EV6를 포함해 미국에서 판매 중인 모든 친환경차가 보조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현대차는 2025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 중이던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공장 신설 계획을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하며 대응에 나섰으나, 여전히 2년여의 ‘보조금 공백기’는 불가피하다. 내년 아이오닉6, EV9과 같은 신형 전기차를 미국에 선보여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린다는 전략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세제 혜택 없이 전기차를 판매할 경우 가격 경쟁력이 악화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