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포퓰리즘 복지’ 걷어내고 ‘약자 복지’ 촘촘히 하라

정부와 여당이 24일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는 확장 재정과 결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이날 내년도 예산 관련 당정 협의회에서 “재정 기조를 확장 재정에서 건전 재정으로 전면 전환하겠다”면서 서민 취약 계층과 청년 지원 확대 등에 중점을 두겠다고 강조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대대적인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건전 재정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민생을 돌보는 묘책을 마련할 시기”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는 표를 얻기 위한 선심 정책을 남발해 나랏빚을 급증시키면서 재정을 악화시켰다. 국가 채무(D1 기준)는 5년 만에 415조 원 늘어 1075조 7000억 원(올해 1차 추가경정예산 기준)까지 급팽창했고 연금 충당 부채까지 포함한 국가 부채는 5년 동안 763조 원 늘어 지난해 말 2196조 원에 달했다. 자기공명영상(MRI) 진단으로까지 보장성 확대를 밀어붙인 ‘문재인 케어’는 ‘의료 쇼핑’과 모럴해저드를 조장해 건강보험 재정 파탄을 재촉했다. 이 같은 정책을 수술하지 않으면 건보 적립금은 2029년에 전액 소진되고 2040년에는 누적 적자가 678조 원에 이른다.


표심을 노린 무차별적인 현금 복지는 결국 나라 곳간을 텅 비게 만들고 미래 세대에 엄청난 부담을 안기는 ‘중병(重病)’이 된다. 그러나 저소득층·장애인 등 약자들을 돕기 위한 사회안전망은 촘촘히 구축해야 한다.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예산을 정교하게 투입해야 ‘수원 세 모녀’ 사건과 같은 비극이 재발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출근길 기자 간담회에서 “정치 복지보다는 약자 복지”라고 강조한 이유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부사관·장교 월급 연쇄 인상까지 초래하는 대선 공약인 ‘병사 월급 200만 원 인상’을 그대로 밀어붙인다면 말과 행동이 다르다는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다. 새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퍼주기 정책과 윤 대통령의 포퓰리즘 공약을 걷어내면서 재정 건전화에 나서되 복지 사각지대의 진짜 약자를 돕는 정책을 더 촘촘히 마련하고 실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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