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전의 날 2주 앞으로…롤론티스, 이번엔 美 FDA 문턱 넘을까 [약 읽어주는 안경진 기자]

한미약품, 2012년 1월 美 스펙트럼에 기술수출
FDA 최종 허가 여부 9월 9일 이내에 결정될 듯
'8조원' 전 세계 호중구감소증 치료시장 진입 앞둬

국산 신약 33호 '롤론티스'. 사진 제공=한미약품

1999년 7월 시판 허가를 받은 SK바이오팜(326030)의 수면장애 치료제 '수노시'(2019년 3월), SK바이오팜의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2019년 11월)가 차례로 FDA 허가를 받았습니다. 이후에는 감감 무소식이죠. 코로나19 장기화로 전 세계 많은 제약·바이오기업들이 글로벌 임상 및 생산시설 실사 등 허가 관련 절차를 진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는 하나 2년 반 가까이 FDA 승인 명맥이 끊긴 점은 다소 아쉽습니다.


미 FDA 신약 허가 갈증을 해소해 줄만한 후보군들이 대기 중입니다. 33번째 국산 신약으로 이름을 올린 한미약품(128940)의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사진)가 주인공이죠. FDA는 처방의약품 신청자 수수료법(PDUFA)에 따라신약허가신청을 접수하면서 승인심사 기한을 통보합니다. 롤론티스의 경우 9월 9일(현지시간)을 승인심사 기한으로 부여 받았습니다.


에플라페그라스팀 성분의 롤론티스는 항암화학요법 중 흔히 동반되는 부작용인 호중구감소증 치료 또는 예방 용도로 쓰이는 바이오의약품입니다. 독한 항암제를 투여받는 암환자들은 대부분 백혈구의 일종인 호중구가 줄어드는 부작용을 겪거든요. 'G-CSF'(과립구집락자극인자) 계열인 롤론티스는 체내 면역작용에 관여하는 과립구를 자극해 호중구 수를 증가시킵니다. 전 세계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시장은 약 8조 원 규모에 달하죠. 현재는 롤론티스와 유사한 기전을 나타내는 암젠의 '뉴라스타'(성분명 페그필그라스팀)가 전체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뉴라스타의 특허만료 이후 등장한 바이오시밀러 제품들이 나머지 30%를 차지하는데, 아직 영향력이 미미한 편이어서 롤론티스가 뛰어들 여지가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한미약품 입장에선 체내 바이오의약품의 약효 지속시간을 늘려주는 '랩스커버리' 플랫폼 기술을 접목한 첫 번째 바이오신약을 미국 시장에 내놓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사실 롤론티스는 상업화 단계에 이르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한미약품은 2012년 1월 미국의 바이오기업 스펙트럼에 롤론티스의 글로벌 개발 및 판매 권리(한국·중국·일본 제외)를 수출했습니다. 스펙트럼은 6년 후인 2018년 롤론티스에 대해 FDA 바이오의약품품목허가(BLA)를 신청했다가 추가 자료 보완을 위해 자진 취하했고, 이듬해 재도전했지만 FDA로부터 생산시설 재실사가 필요하다는 보완요구서(CRL)를 받았습니다. 팬데믹으로 생산시설 실사가 1년 가량 지연되는 등의 과정을 반복하다 올해 3월에 세 번째 BLA가 접수됐습니다. 기술수출 11년차에 FDA 허가신청 햇수로는 '삼수' 경력을 갖춘 셈이죠.


스펙트럼은 롤론티스가 FDA 시판허가를 획득하는 즉시 시중에 발매할 계획입니다. 미국 판매를 통해 발생하는 매출은 스펙트럼의 몫이죠. 한미약품은 파트너사로부터 계약조건에 따른 소정의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과 로열티(경상기술료)를 받게 됩니다. 올해 초에는 스펙트럼과 계약조건을 변경하면서 240억 원 상당의 주식을 취득하기도 했죠. 한미약품의 평택 바이오플랜트가 롤론티스의 상업화 생산을 담당하는 만큼 부가 수익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롤론티스가 오랜 기다림 끝에 FDA 최종 허가를 획득할 수 있을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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