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봉고가 학령인구 감소 여파로 결국 문을 닫기로 했다. 서울 일반계 고교로는 첫 사례다. 지난해 학부모 반대로 통·폐합이 무산됐으나 올해 신입생이 45명에 불과해 학생·학부모들이 학습권 피해를 호소하자 결국 모든 신입생들을 인근 학교로 재배치하고 내년부터 신입생을 더 이상 받지 않기로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달 도봉고 1학년 학생 33명을 다른 학교로 재배치했으며 내년부터 더이상 신입생을 뽑지 않기로 했다고 25일 밝혔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도봉고에는 45명이 입학했다. 이마저도 1명을 제외하곤 모두 강제 배정된 인원이었다. 도봉고 신입생은 2006년만 해도 249명이었지만 2011년 198명, 2016년 123명으로 점차 줄더니 지난해엔 67명으로 뚝 떨어졌다.
이처럼 신입생 숫자가 급감하자 올해 도봉고 신입생과 학부모들은 내신에서 상대평가 부담이 커지는 등 교육 환경 악화가 우려된다며 재배치를 요구했다. 이에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6월 다른 학교군으로 전학을 간 12명을 제외한 33명의 학부모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조사 결과 33명 중 전원이 학교 통폐합에 찬성했으며, 32명이 재배치에 동의해 지난달 같은 학교군 내 인근 학교로 재배치를 완료했다.
서울시교육청은 학교 구성원과의 협의를 통해 앞으로 신입생도 더 이상 뽑지 않기로 결정, 지난달 행정예고를 실시했다. 이에 따라 도봉고는 현재 고2가 졸업하는 2024년 문을 닫고 인근 학교로 행정상 통합이 진행된다. 지난해에는 인근 누원고와의 통합이 추진됐으나 아직 통합 대상 학교는 결정되지 않았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모든 학생이 졸업하는 2024년에 통합 대상 학교를 논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 도봉고를 인근 학교인 누원고로의 통·폐합을 추진했으나 학부모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과반수가 반대하며 무산됐다. 통·폐합 절차가 졸속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서울시교육청은 남은 재학생들의 학습권 보호를 위해 최대한 지원할 방침이다. 신입생 재배치로 전체 학생 수가 줄게 되면 학교에 배정되는 교사 역시 줄게 되는데, 이에 따른 학습권 피해를 막기 위해 정규 교사를 증원해 주기로 했다. 또한 소수 학생이 선택하는 소인수과목 개설을 원하면 이에 따른 기간제 교사 채용 역시 지원한다.
학령인구가 점차 줄어들면서 서울 내 학교 통·폐합 사례도 늘어날 전망이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저출산 영향으로 서울의 학생수는 2019년 87만 명에서 2035년에는 52만 명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서울시교육청은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공진중·염강초·화양초·흥일초 등 4곳을 통·폐합하고 9개교를 이전·재배치 한 바 있다. 현재도 또 다른 4개교에 대해선 통·폐합을, 2개교에 대해선 이전·재배치를 추진 중이다. 다른 학교급을 통합하는 이음학교(서울형 통합운영학교)도 늘리고 있다. 최근 송파구 소재 일신여중과 잠실여고가 이음학교로 지정돼 서울에선 처음으로 중·고등학교 통합이 이뤄졌다.
통·폐합 과정에서 지역 주민 간 갈등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수요가 적다 하더라도 폐교 지역 학생 입장에선 학교가 멀어지게 되고, 이는 곧 해당 지역 부동산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소규모 학교로 지속 운영할 경우 학급 수 감소로 교사까지 줄어들게 돼 교육의 질이 낮아지고 학생들의 시험 부담도 커진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학생 수 감소로 인한 학습 결손 문제도 중요하다”며 “학교 구성원들과의 소통을 통해 적정규모화를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