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키오스크 주문 못해요”…‘디지털포용법’ 만든다

노인들 같은 디지털 취약계층
與, 접근성 보장위해 법 발의
정보격차 해소에 산업도 육성
모든 국민에 혜택 가도록 추진

25일 서울 송파구 문정동의 한 카페에 키오스크 두 대가 놓여 있다. 이날 카페를 찾은 70대 이상 손님들은 기계를 사용하지 못해 직원에게 직접 주문했다. 김남명 기자

“나이 60만 넘어가도 키오스크 쓸 줄 아는 사람 없어요. 주문하기 어려우니까 그런 가게는 들어가지도 않고….” (70대 남성 한 모 씨)


서울 중랑구에 사는 김 모(72) 씨는 프랜차이즈 햄버거 가게를 방문했다가 주문을 포기했다. 키오스크(무인 주문 기계) 이용에 어려움을 겪어서다. 그는 “기계에서 메뉴를 하나 잘못 눌렀는데 어떻게 되돌리는지 모르겠다”며 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했으나 “지금은 무인 주문 시간이니 키오스크를 이용해달라”는 대답만 들었다.


키오스크뿐만이 아니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노인들은 디지털과 관련된 모든 혜택에서 배제됐다. 설·추석 등 명절 기간, 모바일앱으로 표를 구매할 줄 모르는 노인들은 아직도 터미널 대면 창구에 길게 줄을 서고 비대면 금융 거래를 할 줄 몰라 은행을 직접 찾는다. 통계청 디지털 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4대 정보 취약 계층(장애인·저소득층·농어민·고령층)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은 일반국민의 75.4%로 조사됐다. 고령층은 69.1%로 일반국민보다 30% 이상 낮았다.


여당은 ‘디지털포용법’을 만들어 노인과 같은 디지털 취약 계층에 디지털 접근성을 보장할 계획이다. 25일 서울경제가 입수한 국민의힘 내부 자료에 따르면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 등을 중심으로 ‘디지털포용법’이 곧 발의될 예정이다. 디지털에 대한 접근, 활용 능력의 차이가 경제·사회적 불공정을 심화시킨다는 우려에 따라국민 모두 디지털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자는 취지다.


법안에는 디지털 포용, 디지털 취약 계층 등 정책적 개념에 대한 법적 정의를 신설하고 범정부 디지털 포용 정책 추진을 위해 국무총리 소속 ‘디지털포용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를 통해 디지털 포용 기본·시행계획 수립 근거를 마련한다. 특히 웹사이트·모바일앱·키오스크의 실질적인 접근성 보장을 위해 이행 실태를 점검·조사하고 공공기관에는 시정 권고, 민간기관에는 결과를 공표하도록 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할 계획이다.


전 국민 생애주기별 미디어 교육도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 국민 디지털 역량 교육의 법적 근거를 신설해 디지털 격차 해소·예방을 위한 국가·지자체의 역할도 규정한다. 2020년부터 실시된 ‘전 국민 디지털 역량 교육’ 사업은 주민센터·도서관 등 집 근처 생활공간에서 국민 모두에게 디지털 기초·생활·심화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소극적으로 시행되던 디지털 포용 정책도 활기를 띨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에는 정보 격차의 해소·예방과 관련된 내용을 담은 법률이 없어 디지털 포용 정책이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다. ‘디지털 역량 강화’가 새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인 만큼 여당은 제정법을 통해 정보 격차를 해소하고 관련 산업 전반을 육성·강화해 전 국민이 혜택을 받도록 할 예정이다.


디지털 취약 계층으로 분류되는 고령층과 장애인 비율이 증가함에 따라 빈곤·고독 문제를 다루는 산업도 적극 육성할 방침이다. 재활, 생활 보조 기술을 지원해 선진국과의 격차를 줄이고 민간 생태계를 활성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박성중 의원실 관계자는 “관련 산업을 적극 지원하는 한편 해외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수출 인력을 양성하고 디지털 서비스 개발 생태계 지원을 강화하는 내용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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