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상 호전 중이라던 환자 며칠 뒤 사망…대법 "의료진 주의의무 위반"

사망 전 한 달여 사이 3차례 진료
같은 증상 호소에 검사 없이 퇴원

대법원. 연합뉴스

이전보다 상태가 호전되고 있다고 판단되는 환자라고 하더라고 진료 시 제대로 된 검사를 하지 않았다가 며칠 뒤 환자가 사망했다면 의료진 과실로 볼 수 있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망인 A씨의 유족이 B대학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6일 밝혔다.


대구에 사는 A씨는 2015년 7월9일 잠자리에서 일어나던 중 실신해 B대학병원에서 불안정성협심증 진단을 받았다. A씨는 5일 뒤 심부전 치료제를 처방받고 퇴원했다. 당시 A씨의 혈액검사 결과, 심근손상 표지자인 심근효소 수치는 처음 병원을 찾았을 때보다 절반 이하로 낮아진 상태였다.


A씨는 퇴원 후에도 7월28일과 8월20일 두 차례 동일한 증상으로 쓰러져 B대학병원에서 진료를 받았고, 증상이 호전되고 있다고 판단한 의료진은 기립성저혈압으로 인한 것으로 판단해 추가 검사나 조치 없이 퇴원 조치했다. 그러나 A씨는 일주일 뒤 사망했다. 사인은 급성심장사였다.


유족들은 B대학병원의 과실로 A씨가 사망했다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은 기립성저혈압 진단은 적절했으나 가슴 답답함, 실신 증상이 지속된 만큼 다른 질환 가능성 알아보기 위한 조치가 필요했다고 판단한 반면, 대한의사협회 소속 감정의는 B대학병원이 약물을 조절하며 경과를 관찰한 건 일반적 접근 과정이라는 견해를 제시했다.


하급심 재판부의 판단은 엇갈렸다. 1심은 유족의 손을 들어준 반면, 2심은 대한의사협회의 의견을 받아들여 “망인의 경우 고령인 점 등 급성심장사가 많이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조건에 해당해 의료상 과실과 무관하게 사망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병원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 판단을 다시 한 번 뒤집었다. 대법원은 망인이 마지막으로 B대학병원을 찾았을 당시 최초 치료 전의 증상을 다시 호소하며 응급실을 내원한 것을 고려하면 참고치를 상회하는 심근효소 수치를 지속적 호전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대법원은 "원심은 대한의사협회 감정의견을 채택하기 위해서는 상반되는 감정의견의 신빙성 여부를 판단했어야 한다"며 "병원 의료진이 추가 검사를 하지 않은 게 주의의무 위반으로 평가된다면 망인 사망의 인과관계로 추정되고, 고령의 불안정성 협심증 환자들에게서 높은 확률로 급성심장사 발생한다 하더라도 그런 사정만으로 인과관계 추정이 번복될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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