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에서 촬영된 패션 잡지 ‘보그 코리아’의 한복 화보와 관련해 최응천 문화재청장이 “청와대 권역에서 이런 문제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책임지고 운영하겠다”고 25일 사과했다.
최 청장은 이날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최근 논란이 된 ‘청와대 보그 화보 촬영’에 대한 질타를 받았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회의에서 최 청장에게 해당 사안이 발생한 경위와 절차 등에 대한 질문을 쏟아냈다.
이병훈 의원이 화보 촬영 관련 대통령실과 협의 여부, 허가 기준 등을 묻자 최 청장은 “대통령실 관리비서관실과 청와대 개방 운영에 관한 협의를 하고 있다”면서도 “사진 촬영에 대해 일일이 보고하지는 않고 촬영 여부와 일자를 (협의한다). 허가 기준은 세밀하게 규정이 안 돼 있다”고 밝혔다.
그러자 이 의원은 “청와대 권역, 장소 사용에 대한 허가 기준이 있다”며 “청와대의 역사성과 상징성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는지, 영리 행위를 포함하고 있는지, 특정 단체나 계층에 특혜를 주는지 등인데 문화재청이 제대로 검토한 것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최 청장은 “5월부터 (청와대를 개방) 하다 보니까 관람객 쪽에 너무 집중을 해서 놓친 것이 없지 않아 있다”고 해명했다.
최 청장에게 대국민 사과와 사퇴를 촉구한 임종성 의원은 “이달 초 청와대가 상업적 용도로 활용돼 국민적 지탄을 받았다”며 “지속적으로 불미스러운 일들이 발생하는 것은 결국 현 정부가 철학과 계획 없이 섣부르게 (청와대) 개방을 추진하다 보니 발생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또 해당 화보가 실린 잡지를 꺼내 보이며 모델의 복장을 비난하기도 했다. 임 의원은 “한복 문화 홍보라고 했는데 이게 한복으로 보이냐”며 “세계적으로 망신만 당한 거 아닌가”라고 직격했다.
이에 최 청장은 “해당 잡지에 대해 긴밀한 검토와 내부적인 사항을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변형 컨셉으로 보인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홍익표 문체위원장은 “문화재청의 미숙함이 대통령과 대통령실 부담을 자초했다고 본다”며 “청와대의 역사성, 한복의 의미를 고려하지 않고 그냥 세계적 잡지와 계약했다는 것 자체로 홍보효과가 있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갖고 진행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공공기관과 기업의 협업인데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협약서도 부재하다”고 지적했다.
최 청장은 “청와대 개방과 관련한 허용 방안도 차근차근 준비했어야 했는데 미흡한 절차가 이런 결과를 초래했다고 생각한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겠다”고 거듭 사과했다.
그러자 홍 위원장은 “제가 보기에는 일 처리가 무사안일하다고 생각된다”며 “이 자리에 나와서 ‘앞으로 잘하겠다’고 말하는 게 청장으로서, 기관장으로서 책임 있는 답변이라고 생각하느냐”고 강하게 질타했다.
한편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청와대가 역사적 공간이긴 하지만 시민과 국민의 발길이 닿는 순간 무조건 엄숙함을 지켜야 하는 곳은 아니다”라며 “영리 목적 행위에 대해선 철저하게 관리해야 하겠지만 청와대가 자유롭고 창의적인 공간으로도 재탄생할 수 있도록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간으로 새로운 역사를 다져 달라”고 전했다.
청와대 관람 등에 관한 규정인 ‘청와대 권역 사용허가기준’에 따르면 일반 관람객의 관람을 방해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 정치적·종교적 편향성으로 국민 갈등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 영리행위를 포함하고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특정단체나 계층에 특혜를 주는 것이 명백한 경우 등에는 장소 사용이 허용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