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년 만의 폭우로 서울대공원 임시 주차장을 가득 채웠던 침수차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이번달 18일까지 차량 침수 피해 건수는 1만 1841건, 보상 금액은 1570억 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그 많은 침수차들은 어디로 가는 걸까요.
한국소비자원은 침수차들이 중고차 시장에 풀릴 수 있다며 소비자들의 주의를 당부하고 있습니다. 최근 자동차관리법이 개정되면서 ‘전손’(수리비가 피보험 차량의 가액을 넘는 경우) 처리된 자동차는 반드시 폐차해야 하지만 부분 침수 차량은 수리 등을 거쳐 중고차 시장에 유입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과정에서 침수 사실은 축소·은폐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침수車 은폐 가담하면 밥줄 끊기고 ‘옥살이’ 할 수도
이에 정부는 강력한 대책을 들고 나왔습니다. 국토교통부가 25일 발표한 ‘침수차 불법유통 방지 방안’에 따르면 중고차 매매업자가 침수 사실을 숨기고 중고로 차량을 판매하다 적발되면 즉각 사업 등록이 취소(원스트라이크 아웃)됩니다. ‘밥줄’이 끊기는 셈입니다. 뿐만 아니라 매매 종사원은 3년간 매매 업종에 종사하지 못하게 됩니다. 현재는 매매업자가 침수차를 판매하면 2년 이하 징역형이나 2000만 원의 벌금형에 처해지지만 사업 등록은 취소되지 않습니다.
침수 사실 은폐에 가담했을 경우 최대 ‘옥살이’까지 할지 모릅니다. 정비업자가 침수차 정비 사실을 은폐했을 경우에는 사업 정지 6개월 또는 과징금 1000만원을 부과하고 정비사의 직무는 정지됩니다. 침수 사실을 기재하지 않은 성능상태점검자는 사업 정지 6개월 및 2년 이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침수로 인한 전손 처리 차량의 소유자(차량 소유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한 보험회사)가 전손 차량 폐차 의무를 불이행할 경우 과태료는 기존 300만 원에서 2000만 원으로 대폭 상향됩니다.
침수차 이력 관리체계도 전면 보강됩니다. 지금까지는 교통안전공단이 운영하는 자동차관리정보시스템에 전손 차량 정보와 정비 이력만 등록됐다면 앞으로는 보험개발원의 분손 차량 정보와 지방자치단체의 침수차 정보까지 함께 등록됩니다. 이러한 정보는 자동차 대국민 포털(자동차365)에 공개돼 소비자가 중고차를 구매하고자 할 때 차량의 침수 여부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국토부 ‘초강력 대책’, 침수車 중고시장 유입 막을까
정부가 강력한 대책을 발표하긴 했지만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이도 많습니다. 국토부는 처벌 강화를 위해 올 하반기에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로 했습니다. 발의된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기까지는 얼마나 긴 시간이 걸릴지 알 수 없습니다. 그 사이 진행되는 침수차 불법 유통은 적발하더라도 강력하게 처벌할 수 없습니다. 아직은 ‘침수’의 공식적인 기준이 없는 것도 문제입니다.
이미 서울대공원에 모였던 침수차들이 비공개 사이트에서 경매되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손해사정업체들이 만든 이 사이트에는 주차장에서 실물을 확인했던 중고차 거래업체나 폐차업체만 접근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들이 경매에 참여해 최고가를 부르면 낙찰돼 거래를 하게 됩니다.
국토부는 공식적인 침수 기준과 침수차량 관리 가이드라인을 하반기 중에 업계와 지방자치단체에 배포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소비자가 조심하는 것 외에 특별한 방법이 없을 것 같습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앞으로 2년간은 중고차 거래를 하지 않는 것이 답이다’ ‘2022년에 소유주가 바뀐 차량은 피해야 한다’ 등의 이야기가 오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