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앞두고 가공식품과 농산물 가격이 전방위로 뛰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원부자재 가격 상승에 13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원·달러 환율까지 오르면서 수입 식품 물가를 더 끌어올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서민들의 장바구니 물가 부담이 추석 이후 올 연말이나 내년 초 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27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사조대림은 내달부터 닭가슴살 마일드·블랙페퍼(100g) 2종의 편의점 가격을 3300원에서 3700원으로 12.1% 올린다. 하림도 내달부터 닭가슴살 갈릭·블랙페퍼(110g) 2종의 편의점 가격을 3400원에서 3700원으로 8.8% 인상한다.
앞서 CJ제일제당과 동원F&B도 캔 햄 제품인 ‘스팸 클래식’(200g)과 ‘리챔 오리지널’(200g)의 편의점 가격을 각각 6.7%, 6.9% 인상한 바 있다. 지난 24일에는 농심이 신라면과 새우깡 등의 제품 가격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농심은 내달 15일부터 라면 가격은 평균 11.3%, 스낵 가격은 평균 5.7% 올린다. 농심이 라면 가격을 올린 것은 지난해 8월 이후 1년만, 스낵은 올 3월 이후 6개월 만이다. 이는 식품업계에서 이례적으로 짧은 인상 주기다.
이들 업체들은 원·부자재 가격 상승으로 제품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농심 관계자는 “올 4월 이후 국제 분쟁과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원재료 가격이 급등했다”며 가격 인상 배경을 설명했다.
환율도 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원·달러 환율은 26일 기준 1331.3원으로 전 거래일(1335.2원) 보다 3.9원 내렸지만 여전히 2009년 이후 1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같은 값의 제품을 수입하더라도 이전보다 더 많은 돈을 주고 사 와야 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오뚜기는 수입 굴소스인 ‘이금기 팬더 굴소스’ 3종과 ‘이금기 프리미엄 굴소스’ 2종의 가격을 평균 10% 인상했다. ‘이금기 팬더 굴소스(255g)’의 판매가는 2750원에서 2980원으로, 이금기 프리미엄 굴소스(167g)는 3370원에서 3880원으로 올렸다.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오르면서 수입 상품 가격을 인상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농산물 가격도 고공 행진 중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 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배추 소매가격은 포기당 6645원으로 1년 전보다 45%가량 올랐다. 시금치는 24%, 애호박 57%, 당근은 42% 뛰었다. 오이 값은 76%나 폭등했다. 가격이 안 오른 품목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서울에 거주하는 주부 A씨는 “마트에서 오이 4개값이 6000원인 것을 보고 사려다 말았다”며 “채소값 외 가공식품 까지 너무 올라 장 보기가 겁난다”고 말했다.
서민들의 장바구니 물가 부담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최근 “물가 정점 시기가 9~10월경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5~6%대의 높은 소비자 물가 오름세가 내년 초까지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가공식품·외식 물가 상승에 기상 여건 악화에 따른 농산물 가격 오름세까지 겹쳐 당분간 서민 부담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