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배 레버리지 위험하다고요? ‘시한폭탄’ 국장보단 낫습니다” [선데이 머니카페]

올해 서학개미 순매수 1위 종목 TQQQ
자식도 부모도 푹 빠진 美 3배 레버리지 상품
“거버넌스 문제→주가 폭락 韓 시장 더 위험”
LG엔솔·동원산업·DB하이텍 덮친 불공정 논란
“기업가치 보고 투자하면 성공하는 시장되길”


“3배 레버리지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지배구조 리스크, 불법 공매도 문제가 터지는 국내 증시가 더 위험하지 않나요”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서학개미들 사이에서는 3배 레버리지 상품의 인기가 높습니다. 올 한해 서학개미들의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중 3개가 3배 레버리지 상품일 정도로요. 이에 금융감독원은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의 위험성을 충분히 인지하지 않은 채 단기 수익만 기대하는 투자는 위험하다고 경고했습니다. 하지만 서학개미들은 쉽게 납득하지 못하는 모양새입니다. 지배구조 문제가 시한폭탄처럼 터질 수 있는 국내 증시와 위험 부담은 같지만, 3배 레버리지 ETF는 더욱 큰 수익을 가져다 줄 가능성도 같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는 3배 ETF 인기


국내 투자자들에게 3배 레버리지 ETF 인기는 상당합니다. 이달 24일까지 서학개미들의 순매수 규모 순위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상위 10개 종목 중 3개가 3배 레버리지 ETF입니다. 나스닥100지수의 하루 등락폭의 3배씩 따라가도록 설계된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TQQQ)의 순매수 규모는 19억 8000만 달러로 1위를 차지했습니다. 미국 주식하면 떠오르는 테슬라, 엔비디아, 애플보다 순매수 규모가 더욱 큽니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의 하루 변동폭을 3배만큼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X(SOXL)의 순매수 규모는 13억 달러에 이릅니다. TQQQ, 테슬라에 이어 3위입니다. TQQQ와는 반대로 나스닥100지수의 반대방향으로 3배 추종하는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숏 QQQ(SQQQ)의 순매수 규모는 3억 달러로 8위를 차지했습니다. 나스닥의 상승과 하락에 베팅하는 3배 레버리지 상품 모두 상위권에 위치하는 점은 레버리지 상품의 인기가 얼마나 큰지를 보여줍니다.


통상 나이가 젊을수록 3배 레버리지 ETF에 많이 투자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데이터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토스증권이 해외주식 서비스를 시작한 뒤 6개월간 거래량이 가장 많았던 5월 데이터를 받아봤는데요, 모든 연령대의 투자자들이 3배 ETF에 큰 관심을 드러냈습니다. 거래대금을 기준으로 봤을 때 20~50대 투자자들은 SQQQ, TQQQ, SOXL 순서로 큰 관심을 가지고 열심히 거래에 참여했습니다. 60대 이상 투자자들의 최애 종목은 테슬라였지만, 그 뒤로는 마찬가지로 SQQQ, TQQQ, SOXL, 디렉시온 세미컨덕터 베어 3X(SOXS)가 차지했습니다. SOXS는 SOXL과 반대로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의 하락에 베팅하는 레버리지 상품인데요,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또 하락과 상승을 가리지 않고 투자하고 있던 셈입니다.


시한폭탄 안고 가는 한국 시장


3배 레버리지 상품이 위험한 것은 맞습니다. 순식간에 주가의 방향성이 정해지는데 5~6%씩 순식간에 오르락내리락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투자자들은 국내 주식 시장이 더욱 위험하다고 소리 높여 말합니다. 과연 사실일까요?


맞습니다. 한국 기업은 지배구조 문제가 복잡해 언제든지 합병·분할하면서 주주들의 가치가 희석될 위험이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선례는 LG에너지솔루션(373220)입니다. LG화학(051910)에서 핵심 사업부인 배터리 사업부를 물적분할해 상장한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기존 LG화학 주주들의 큰 원성을 들었습니다. 100만 원을 넘었던 주가는 꾸준히 내리막길을 걸었습니다.


국내 기업들이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소액주주들을 희생시키는 행위가 암묵적이라는 점은 동원산업(006040) 사례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동원그룹은 지난 봄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상장사인 동원산업과 비상장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의 합병을 추진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상장사인 동원산업의 자산가치가 아닌 주가를 기준으로 합병비율을 산정하려고 하자 소액주주들은 크게 반발했습니다. 소액주주들의 지분은 줄어드는 반면 대주주의 지분만 늘어난다는 이유에서요. 26만 원을 웃돌던 주가는 하루 만에 22만 원대로 추락했습니다. 동원산업 사례에서 주목할 점은 불공정 합병이라고 반발하고 나선 이들조차도 동원산업에 악의적인 의도가 없었다고 말했다는 점입니다. 그저 관습대로 해왔을 뿐이라는 의견이 대다수였습니다. 그만큼 국내 기업들이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대주주에게만 유리한 방법을 택하는 것은 국내 기업들에게는 암묵적인 ‘룰’이었던 것입니다.


한국 시장의 시한폭탄은 여전히 째깍째깍 돌아갑니다. 얼마 전 DB하이텍(000990)이 물적분할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소액주주들은 다시 한 번 무기력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루 만에 15% 넘게 폭락한 주가는 좀처럼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물적분할을 막기 위해 소액주주연대가 만들어졌지만 그마저도 활동이 어렵습니다. 회사 측은 주주명부를 전자식으로 제공해달라는 소액주주연대의 요구에 흔쾌히 응했지만, 정해진 시한이 지나도록 명부를 주지 않아 주주연대는 결국 가처분 신청에 나섰습니다.


“실적만 보면 투자에 성공하는 미국 시장처럼”


최근 미국 증시를 오랫동안 들여다본 증시 전문가들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미국 주식의 장점이 무엇이냐’고 묻자 이들은 모두 실적만 보고 투자하면 성공한다는 점이 미국 주식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했습니다. 어찌 보면 당연한 말입니다. 기업의 가치와 실적을 보고 투자하면 성공한다는 것은 투자의 기본 원칙과 마찬가지니까요. 3배 레버리지에 푹 빠진 국내 투자자들의 주장도 일리 있습니다. 적어도 레버리지 상품에는 거버넌스 문제가 없으니까요. 그저 지수가 오르면 덩달아 오르고 내리면 덩달아 내리는 솔직한 상품에 더 관심이 가는 것이 한편으로는 합리적일 수 있습니다.


실적을 보고 투자하면 실패할 일이 없다는 말이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 것은 국내 투자자들의 마음속 한 구석을 쓰리게 하는 건 분명한 것 같습니다. 하이 리스크 로우 리턴이라는 지적마저 나오는 한국 시장에 조금이나마 긍정적인 쪽으로 변화하는 중이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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