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에 빠지더라도 통화정책 정상화의 길을 계속 가는 것 말고는 다른 선택지가 없습니다.” (이자벨 슈나벨 ECB 이사)
잭슨홀미팅에 참석한 유럽중앙은행(ECB) 고위 관계자들이 ‘통화 긴축의 조기 전환은 없다’는 매파적 의지를 미국 못지 않게 강력히 드러냈다. 7월 사상 최고치인 8.9%를 기록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이 8월에 한층 더 높은 9%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ECB가 9월에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금리 인상)’을 밟을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반면 물가 부담이 적은 일본은 이번에도 대규모 금융 완화 정책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27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자벨 슈나벨 ECB 이사는 이날 잭슨홀미팅 연설에서 “현재의 고물가가 중앙은행의 목표치를 웃도는 수준으로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무서울 정도로 높다”며 “각국 중앙은행은 공급난 완화 같은 초기 물가 진정 신호만 보고 (긴축을) 멈춰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오히려 이런 때일수록 인플레이션을 빨리 목표치로 되돌리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며 “만약 대중 사이에서 중앙은행이 경제 침체를 우려해 긴축을 중단할 것이라는 기대가 확산되면 나중에 훨씬 더 급격한 하향 조정을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CB 내 중도파로 통하는 프랑수아 빌르루아 드갈로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도 긴축 지지 의사를 밝혔다. 그는 ECB가 1~2% 수준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에 대해 “의심의 여지 없이 그렇게 할 것”이라며 유럽이 장기간 긴축 기조를 이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기준금리를 11년 만에 인상하며 -0.5%에서 0%로 끌어올린 ECB가 9월 8일 회의에서도 최소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일부 ECB 위원들이 0.75%포인트 인상까지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 중앙은행 총재는 잭슨홀 패널 토론 이후 질의응답 시간에 “우리는 임금과 물가가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수준으로 오를 때까지 금융 완화를 계속하는 것 외에 대안이 없다”며 긴축 대열에 합류할 의사가 없음을 확실히 했다. 구로다 총재는 2.4%로 집계된 일본의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상당 부분 에너지 값 상승에 기인한 것이라며 올해 말 일본의 인플레이션이 2~3%에 근접한 뒤 에너지 영향이 줄어들면 내년에 1.5%로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일본의 기준금리는 -0.1%로 주요국 가운데 유일하게 마이너스에 머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