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와이오밍주에서 27일(현지 시간) 막을 내린 잭슨홀미팅에서 세계적으로 심각한 인플레이션에 대한 ‘정부 책임론’이 불거졌다. 각국 정부가 경기 부양을 목적으로 한 막대한 ‘돈풀기’로 고물가를 부추겨놓고 이제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비롯한 중앙은행들이 경기 침체를 걱정하며 금리를 인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프란체스코 비앙키 미 존스홉킨스대 경제학 교수와 미 시카고연방준비은행의 리어나도 멜로시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공동 발간한 보고서에서 “현재 인플레이션의 절반은 정부 재정정책에서 기인한 것”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들은 “각국 정부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부진에 빠진 경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앞다퉈 ‘확장 재정’ 정책을 내놓았고 이는 결과적으로 인플레이션이 심각해지는 원인을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미국 정부의 지난해 재정적자는 2조 7700억 달러(약 3700조 원)라는 천문학적 규모로 불어났다. 팬데믹 기간에 소상공인 등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예산 지원에 나선 결과다. 시중에 풀린 유동성은 그대로 고물가로 이어졌지만 미국은 이달 들어 또다시 총 4300억 달러 규모의 ‘인플레이션감축법’을 내놓으며 막대한 재정 지출을 이어가고 있다. 보고서는 “각국이 확장 재정 기조를 거둬들이지 않고 (금리 인상으로) ‘돈줄 조이기’에 나선다면 물가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며 “그 결과 인플레이션율은 더욱 상승하는 동시에 (통화가치 하락으로) 정부 부채는 더욱 늘어나는 악순환이 벌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금의 통화 긴축이 물가 완화로 이어지려면 재정정책의 변화가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는 것이 저자들의 결론이다. 이들은 “금리 인상만으로는 물가를 잡기 어렵고 결국 ‘재정발(發) 스태그플레이션’을 초래할 것”이라면서 “이제라도 국민들에게 증세와 비용 절감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보고서는 연준이 보다 일찍 금리 인상에 나섰더라도 인플레이션 완화 효과는 제한적이었을 것이라는 시각도 곁들였다. 저자들은 “시뮬레이션을 해보니 인플레이션율 1%포인트를 낮추는 데 드는 국가 생산 감소 비율은 3.4%포인트에 달한다”며 “어찌 됐든 물가를 잡는 데 경제가 큰 희생을 해야 할 상황이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