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상 논단] 경제 위기 극복하려면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 교수
'고비용 저효율' 경제체제 바꾸고
통화정책 정상화·물가 안정 시급
초일류 인재양성으로 경쟁력 확보
투자 확대 위한 생산성 제고 필요




25일 여당 만찬장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더 이상은 국제 상황에 대한 핑계나 전 정권에서 잘못한 것을 물려받았다는 핑계도 국민에게는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국민에게는 누가 잘못했는지보다 더 나은 삶이 중요하다. 위기 극복 방안은 무엇인가.


첫째, 경제체제 개혁이다. 전 정권은 경제체제를 고비용 저효율의 규제 체제로 바꿨다. 정부 부서마다 꿰차고 있는 각종 규제와 법을 바꿔야 한다. 전 정권은 소득 주도 성장을 내세우면서 근로계약에서 가장 중요한 임금을 정부가 결정하려 했다. 2018년과 2019년 최저임금의 영향률은 각각 17.3%, 17.8%로 최저임금의 수준이 더 이상 최저 수준이 아니었다. 노동시장을 경직적으로 만들고 기업에 대한 규제는 더 강화했다. 노사 관계를 어렵게 만드는 불법적인 단체 행동은 민형사상의 책임을 져야 한다. 생계형적합업종법은 생계형 자영업자를 오히려 어렵게 만들고 경쟁보다는 저성장의 구조를 만들었다.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현실과 맞지 않는 처벌 위주의 법으로 안전과 기업 활력을 잃어버렸다.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킨다고 공시지가를 마음대로 정하고 세금을 올렸다. 부동산 가격은 천정부지로 올랐고 중산층은 세금으로 고통받았다. 금융감독원과 공정거래위원회가 오만한 태도로 경제인들을 죄인 취급한 것은 덤이었다. 지난 5년간 경제가 무너졌다. 경제 환경을 정상화하지 않으면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둘째, 경제활동의 합리적 기반 확보와 물가 안정이다. 보도에 따르면 한국전력은 올해 상반기에 14조 3033억 원의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고 연말까지 영업적자가 23조 원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단순하게 전기요금 문제로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신재생에너지 공급과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가스발전 등 탈원전과 함께 왜곡된 에너지 공급 체제가 문제다. 에너지 공급 체제의 왜곡은 무역수지 적자와 환율 급등, 그리고 물가 상승의 주범으로 작용했다.


물가 안정을 위해 통화정책의 정상화도 필요하다. 2020년보다 2021년에 더 많은 유동성이 풀렸다. 총통화 증가율은 2020년 9.3%, 2021년 11.7%로 급증했고 2022년 2분기는 9.2%로 통화 당국도 현재의 물가 상승에 책임이 있다.


어떤 사람들은 한국은행이 시장금리를 결정할 수 있다고 믿는다. 경제가 침체하니 서서히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시장금리가 물가 상승률보다 낮게 형성되는 것은 예외적인 현상이다. 물가를 잡지 못하면 시장금리는 더 올라간다. 기준금리를 신속하게 정상화하지 않으면 환율도 못 잡고 물가도 못 잡으면서 경기만 나빠진다.


셋째, 경쟁력 확보다. 반값 등록금으로 대학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공교육을 확대한다고 교육의 자율성을 막아서는 우수 인재를 양성할 수 없다. 새 정부가 ‘디지털 인재 양성 종합 방안’을 내놓아 기대가 크다. 인재가 일할 수 있는 일자리 확충과 기업이 필요한 인재의 양성이 핵심이다.


각 분야의 초일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교육 종합 단지를 조성해 연구·교육·창업 등 복합적으로 뒷받침하는 클러스터 구축을 검토해야 한다. 초인류 인재 양성은 학교의 틀에서가 아니라 창의적 환경에서 성공할 수 있다. 초일류 현장에서 뛰는 선생님께 배우고 배운 것을 응용하고 창업을 통해 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인재가 양성된다. 경쟁력을 결정하는 것은 인재만이 아니다. 자금도 중요하다. 인재 양성과 연구개발 사업에 자금이 흐를 수 있는 경로를 만들고 투자 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넷째, 단기적 위기 극복과 장기적 생산성 제고가 연계돼야 한다. 한국형 인플레이션감축법을 만들어 생산성 제고를 위한 투자를 촉진하고 공급망 개선과 공급 역량 확대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예산부터 챙겨야 한다. 새 정부의 예산안은 국정 철학을 실천하고 제도 개혁과 투자 확대, 그리고 생산성 제고를 뒷받침해야 한다. 미국의 레이건, 영국의 대처와 같이 새 정부도 위기를 극복하고 대한민국을 재도약시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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