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고강도 통화 긴축 쇼크가 29일 아시아 증시와 외환시장을 강타했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매파적 발언에 달러 가치가 또다시 치솟으면서 원화를 포함한 아시아 주요국 통화 가치는 일제히 급락했고 주식시장은 요동쳤다. 특히 원·달러 환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3년 4개월 만에 1350원을 돌파했고 국내 증시는 이날 하루에만 2% 넘게 떨어졌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54.14포인트(2.18%) 내린 2426.89로 장을 마쳤다. 코스피200 가운데 상승 종목이 단 15개에 그칠 정도로 투자심리가 바짝 얼어붙었다. 코스닥지수 역시 전 거래일 대비 22.56포인트(2.81%) 내린 779.89로 마감했다.
달러 강세로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원·달러 환율은 급등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19원 10전 오른 1350원 40전에 거래를 마치며 연고점을 또다시 갈아 치웠다. 원·달러 환율이 1350원을 넘어선 것은 2009년 4월 29일(1357원 50전) 이후 처음이다. 시장에서는 1차 저항선인 1350원을 뚫은 환율이 유가 상승과 중국의 경기 둔화 등 추가 악재가 더해질 경우 올해 안에 1400원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 주요국 통화 가치도 동반 급락했다. 위안화는 2년 만에 달러당 6.9위안대까지 치솟았고 엔화도 달러당 139엔대를 기록하며 올해 전고점을 위협했다. 중국 상하이 증시를 제외한 일본·대만 등 대부분의 아시아 증시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가 장기화할 것으로 관측되면서 증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다음 달 반짝 등락을 끝으로 이번 약세장 속에서의 단기 반등인 ‘베어마켓랠리’가 끝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긴축 기조가 다시 확인돼 투자심리가 빠르게 위축되면서 우리 증시도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며 “베어마켓랠리의 힘도 빠질 것”이라고 내다봤다.